[특별기고]밥 먹는 모습
[특별기고]밥 먹는 모습
  • 경남일보
  • 승인 2015.02.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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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
사람이 밥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대부분을 알 수 있다고 한다면 과장된 이야기일까. 옛말에 사람이 하는 일 한 가지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굳이 그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오랜 경험에 비추어 그 한가지로도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 인품을 대충 가늠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나는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람들의 밥 먹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밥 먹는 모습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나이가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얼굴에 그 사람 삶의 역사가 드러나듯, 밥 먹는 모습에서도 어김없이 얼굴에 담긴 흔적과 같은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조금 비약해서 이야기한다면 어린아이가 밥 먹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모습이 읽혀지고, 청년들이나 학생들이 밥 먹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상황이 그려진다. 연륜이 제법 쌓인 사람들의 밥 먹는 모습은 그 상황이 다양하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있어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사람씩 따로 살펴보면 그동안 몸과 마음에 쌓여 있는 인생의 여력들이 가진 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참 사소한 것에 관심 갖는다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수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들의 모습과 삶을 통해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어 밥 먹는 모습이다. 어릴 적 할아버지 밥 먹는 모습을 떠올리면, 할머니가 차린 밥상을 마주한 할아버지는 가벼운 헛기침을 한 다음 밥 먹는 자세나 밥상을 물리고 숭늉을 마시는 과정이 글 읽는 모습과 다름없었다. 그것을 보고 자란 아버지의 밥 먹는 모습이 옛날 할아버지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그 모습을 자식들이 따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옛 어른들이 가르치는 가정교육의 첫 번째가 밥상머리교육이다. 이 시대의 뼈대를 이루는 큰 인물들의 가정교육은 어김없이 밥상머리교육일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밥 먹는 것을 보면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을 때가 있다. 밥을 먹다 수저를 들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 한심한 것은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모는 그 모습을 그냥 두고 보기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면 십중팔구 아이의 부모도 밥 먹는 모습이 어수선하고 단정하지 못하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가끔 스님이나 수녀님이 와서 밥 먹을 때가 있다. 그분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기도하는 것처럼 단정하고, 사찰의 공양시간은 그 과정이 경건하기까지 하다. 똑같은 사람이 먹는 밥인데 왜 이리 다를까. 스님과 수녀가 밥 먹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자식과 손자를 생각하고 진정 사랑한다면 내가 어떤 모습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지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내 자식이나 손자에게 밥 먹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 그보다 내 자신이 반듯하게 밥을 먹으면 자식이나 손자가 내 모습을 따라 배우게 된다.
이홍식 (수필가)
 
이홍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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