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2.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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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신입사원 채용 시험에서 ‘밥 빨리 먹기’ ‘큰소리로 말하기’ ‘화장실 청소’ ‘오래 달리기’ 등과 같은 파격적이고도 기발한 방식을 도입하여 ‘헨진(變人·이상한 사람)’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일본의 괴짜 CEO. 그러면서 그는 일본에서 가장 열정적인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바로 일본전산(日本電産)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사장이다. 1973년 가정집 한 귀퉁이 창고에서 전기 모터 회사를 창업해 지금은 140여개 계열사에 13만 명의 종업원, 매출 약 8조원의 그룹으로 일궈냈다. 게다가 나가모리 사장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를 확장해 왔다. 그는 27개의 기업을 인수한 뒤 한 명의 구조조정도 없이 모두 흑자로 돌려놓았다. 그래서 그는 ‘기업 재생의 신(神)’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것은 경영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정형(定型)과 겸양이 미덕인 일본 사회에서 기행과 파격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의도적으로 기존의 토쿄 방식을 거스름으로써 토쿄의 대기업들과의 경쟁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나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가모리 사장에게 고속성장의 비결을 묻는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남들보다 두 배 일하면 된다”는 것이다. “36년 전 창업했을 때 우리 경쟁 상대는 세계와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었습니다. 그들에 이기기 위해서는 흙탕물을 마시며 두 배 일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나가모리 사장은 농사꾼 집안의 6남매 중 막내였다. 나가모리 사장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많이 주는 직업훈련대학교 전기과를 졸업했다. 남편을 일찍 사별한 모친은 아침엔 남보다 일찍 밭에 나가고, 밤엔 가장 늦게 귀가하는 ‘두 배 일하기’로 많은 전답을 사 모았다. 남보다 두 배 일한다는 그의 사고방식은 그의 모친에서 비롯됐다. 그가 월급쟁이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모친은 그를 거듭 말렸다. 그래도 그가 뜻을 굽히지 않자 모친은 그에게 한 가지를 조건으로 허락했다. 바로 “늘 다른 사람의 두 배를 일하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이었다.

일본전산의 행동 지침은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이고, 일본전산의 핵심 가치는 ‘정열, 열의, 집념’이다. 평범한 범재를 선발해 엘리트 인재로 만드는 나가모리 사장만의 리더십과 동기유발의 철학과 노하우가 있다. 능력의 개인차는 아무리 커도 5배를 넘지 않지만, 의식의 차이는 100배의 격차를 낳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우리 회사가 꼽는 좋은 인재란 명문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나 성적이 우수한 사람, 혹은 일류 기업 경력자가 아닙니다. ‘마음속에 불씨를 가지고 있어서 언제든 그것을 점화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불씨를 가진 사람이라면 화장실 청소처럼 남들이 싫어하는 일도 서슴없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아 그들의 하려는 의욕을 높이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것, 이것이 그가 말하는 고속성장의 비결이다.

100% 현업 엔지니어출신으로서, 월 스트리트 저널이 뽑은 가장 존경받는 CEO 30인에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 석학들이 참석하는 ‘세계경영자회의’에도 두 번이나 대표 연사로 초청되었다. 나가모리 사장의 부실기업 경영 정상화 방식은 철저히 현장 중심적이다. 지난 2003년 나가노현의 산쿄정기(三協精機)를 인수한 뒤 작업복에 작업모를 쓰고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당부한 것은 자발적으로 10분 일찍 출근해 회사를 깨끗이 청소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의식 개혁을 위해 항상 ‘6S’를 강조한다. 정리, 정돈, 청결, 청소, 단정, 예의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나가모리 사장은 사원들에게 이메일을 많이 보낸다. 1주일에 보통 1000통을 보낸다. 출장 가기 위해 신칸센을 탈 때도 계속 이메일을 쓴다. “인간에게 동기유발이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계속해서 동기를 부여해 주지 않으면 90%의 사람은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원들의 일하려는 의욕을 높이기 위해 이메일을 보냅니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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