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파슈툰 왈리’
[경일시론]‘파슈툰 왈리’
  • 경남일보
  • 승인 2015.02.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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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아베 총리 망언은 아베 개인의 독단적 입장 일뿐 아니라 일본 보수 군국주의자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더 나은 땅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륙을 넘보려 했던 일본의 정치행태는 복잡한 정치상황 타개나 경제문제의 해법을 위해 어려울 때면 더욱 빈번해진다. 정확하게 1년 전 일본 보수 잡지 주간문춘은 아베 총리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아베가 ‘중국은 어처구니없는 나라지만 아직 이성적인 외교가 가능한 반면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가 종료된다는 소식이 화제다. 한국과 일본의 재무당국과 중앙은행은 100억 달러 규모의 한·일 양자 간 통화스와프를 2월 23일 만기 때 끝낸다는 합의를 16일 공동 발표했다. 이번 만기와 함께 중단되는 스와프는 원-달러, 엔-달러 방식의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에 따른 양자 간 통화스와프로, 양국이 위기상황에서 상대국 통화를 100억 달러까지 바꿔 주도록 한 계약이다. 이에 따라 한·일 간 양자 스와프는 완전히 끝난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 악화나 자존심 싸움이 통화스와프 중단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많은 해외침략 이력, 일본 의도적 외면

일본은 1868년 명치유신으로 영주통치에서 왕권을 되찾은 이후 1875년 강화도 운양호 사건, 1905년 독도 편입, 1910년 한일병합,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 말레이시아 침략, 괌 점령, 홍콩 점령, 1942년 호주 영토 리바우르 점령 등 만만찮은 다른 나라 침략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웃 국가로서의 신뢰나 정이 솟아나는 국가는 분명 아니다. 대비되는 나라, 아프가니스탄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다양한 종족의 침략과 약탈의 역사로 볼 수 있다. 지배적인 종족 파슈툰(Pashtun)족 사회에서 개인은 ‘파슈툰왈리(Pashtunwali)’라고 불리는 일종의 불문법, 기사도 규범을 엄격히 추종한다. 이 불문법의 주요 골자는 바달(Badal·복수), 멜마스티아(Melmastia,·환대), 나나와티(Nanawati·보호)이다.

파슈툰족에게는 파슈툰왈리는 파슈툰족 토착민들에게 내려오는 비성문(非成文)적인 윤리강령이자 전통 생활양식이다. 이 전통윤리가 2013년 개봉된 영화 ‘론 서바이버’(Lone survivor)에서 극적 전환의 한 변수로 소개되고 있다. 탈레반 부사령관을 제거하기 위한 ‘레드 윙’ 작전에 투입한 미국 네이비 실 대원들은 작전 중에 양치기 일행과 조우하게 되어 뜻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없게 되고, 마지막 남은 네이비 실 대원 한 사람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었을 때 묘하게도 목숨을 걸고 도와주는 파슈툰 마을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들 파슈툰족은 2000년간 수호해온 ‘파슈툰왈리’라는 파슈툰 부족의 명예의 규범에 따라 적에게 쫓기는 자를 목숨 걸고 지켜준 것이다.


일본, 진정성 보여주는 용기 가져야

문명마다 목숨 걸고 지키는 중요한 가치가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영화지만, 이 윤리 또한 소홀히 넘길 일은 아니다. 인간사회 정(情)이라는 것은 인간본성·수양·인품·인간관계 등에 걸쳐 쓰이면서, 자연을 대상으로 삼은 시적(詩的) 체험에서 느낄 수 있는 실체다. 일본은 우리가 IMF 외환위기 때 110억 달러를 서슴없이 빼간 나라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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