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교단에서]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5.03.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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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장 교사· 시인)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라더니, 뜨거운 이별 끝 5년 만에 새로운 부름을 받고 더 깊은 골짜기, 십리 벚꽃길 끄트머리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새 터전에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 첫날에 입학선물로 화사하게 핀 시크라멘 화분을 하나씩 선사하는 입학식을 가졌다. 아이들은 화분을 받아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새 부임지에서 처음 맞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입학식이 끝날 무렵 낯선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교가가 울려퍼졌다. ‘산림도 정기서린 화개골~ 존엄한 지리산맥 병풍 두르고 섬진강 푸른 물에 홍도화 뜨네….’ 깊은 골짜기에 울려퍼지는 감각적인 색채가 짙은 노랫말이 가슴에 남는다. 되새김질을 하며 교실로 들어서니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낯선 선생님을 맞이한다. 눈망울이 지나치게 맑고 깊다.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생동감 있는 눈빛은 매순간 떨림을 갖게 하는 것이다. 눈빛을 반짝이며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이 산재한 세상은 얼마나 근사한 것인가.

유난히 맑은 산골 아이들의 눈망울을 마주하니 책임감이 들었다. 골짜기가 깊어질수록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꿈틀대는 것일까. ‘그들을 매시간 충만하게 하리라. 많은 경험을 갖게 하리라. 한순간도 고여 있지 않게 하리라. 문화적 소외지역의 아이들의 꿈과 끼를 일깨우고 잘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다.’ 마음의 울림을 듣는다.

여행을 좋아하는 ‘떠나면 알 수 있는 것들’의 저자 김상미처럼 필자 역시 새로운 길 위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다소 주춤거리며 잠을 자던 세포가 다시 싱그럽게 뛰놀고, 반짝거리는 눈빛들 앞에서 새로운 열정이 솟구친다. 소심하다가도 또 대책 없이 용감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함에 주저하지 않는다. 오감의 모든 촉수를 활짝 열어 주는 새로운 길 위에서의 매시간, 매순간들을 사랑한다. 영혼이 푸른 여행자로 매순간 뜨겁게 인생을 살고 싶기 때문이리라.

일상생활에서도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데우며 새롭게 다잡는 일이 중요하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반복돼 식상해지는 것으로부터의 변화를 주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오늘 이 감정을 잊지 않고 늘 새로 시작하는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
최숙향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장 교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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