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福壽草)를 찾아서
복수초(福壽草)를 찾아서
  • 경남일보
  • 승인 2015.03.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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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시인)
들녘에 나는 풀과 꽃에 관심을 가진 지도 벌써 스무 해가 지났다. 시골에서 태어난 필자는 들과 산에서 만난 수많은 풀과 꽃들의 이름도 제대로 모른 채 그냥 좋아하기만 했는데, 그들에게 이름을 불러주면서부터 꽃과의 연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제 이름에 걸맞은 몫을 하면서 살아가듯, 꽃 또한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이른 봄에 볼 수 있는 풀꽃이 ‘복수초’다. 쌓인 눈과 꽁꽁 언 얼음 사이를 뚫고 피어난다고 해서 ‘얼음새꽃’이라고도 하는 복수초를 처음 본 것은 고성군 동해면 바닷가에서다. 복수초를 처음 본 필자는 이처럼 이쁜 꽃이 있나 싶어, 꽃의 모양과 크기, 그리고 색깔 등을 유심히 기억해 두었다가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 꽃이름이 복수초임을 알았을 때, 학창시절 새로운 지식 하나를 습득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기쁨을 느낀 적이 있다. 그때부터 이른 봄이면 산기슭이나 계곡 언저리에 노랗게 핀 복수초를 찾아다녔다.

7, 8년 전 3월 중순, 집현산에 갔다가 우연히 산꼭대기에서 노란 복수초 두세 송이를 본 적이 있다. 복수초에 반해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내려왔다. 그때부터 3월 중순이면 집현산을 찾았다. 마치 언약이라도 한 듯이, 어김없이 수줍은 미소로 나를 반겼다. 지난해였다. 산마루에 올라 복수초를 찾았지만 있어야 할 복수초가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찾아봤지만 내 노란 어린 소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피던 자리를 손으로 더듬어보니 약간 옴팡지게 파헤쳐진 흔적이 있었다. 한순간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복을 많이 받고 장수한다’는 뜻이 담긴 복수초(福壽草). 이른 봄, 복수초를 보기 위해 들과 산에 발품을 팔아서 다니는 것이 바로 ‘스스로에게 복을 부르고 건강을 부르는 것’이고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지, 이기적인 마음의 발로에서 혼자 보기 위해 뿌리째 뽑아 집으로 가져간다고 해서 복과 건강이 오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때 ‘꽃을 꺾는 것은 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는 궤변으로 악행을 합리화시킨 적도 있지만, 이제 ‘꽃을 가꾸되 꽃을 꺾지 않는 것이 그 꽃을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이 시대에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사랑하는 것이 곧 자연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것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이 바로 우리의 정서를 아름답게 하는 원천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종현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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