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일본의 앞날이 걱정된다
[경일포럼]일본의 앞날이 걱정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3.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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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금년은 을미년이다. 광복 70년과 아픔의 민족 분단 70년의 역사를 넘어 치욕의 을미사변을 되새기게 하는 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을미사변과 함께 일본의 현주소를 음미 해볼 필요가 있다. 1895년 10월 8일 새벽(음력 8월20일). 서울에 주둔중인 일본 군인들이 느닷없이 경복궁을 침입한 뒤 남의 나라의 황후(명성황후)를 시해하였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치욕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런 치욕적인 일이 있었을까? 우리에게는 물론 치욕이지만 일본으로서도 그에 못지 않은 수치스러운 사건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 사건을 두고 어느 때 한번 수치라고 여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적반하장격으로 도리어 2차대전 최대의 침략군이면서 피해국인 것처럼 위장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아시아인은 2,000만명이 희생당했다. 그러나 아베정권에서는 일본의 전범마저 억울하게 죽은 전쟁의 영웅으로 추모하려고 음모를 꾸민다.

그래서 필자는 일본의 앞날이 걱정된다. 우리의 미래도 밝지가 않아 걱정인데 일본의 앞날까지 걱정한다는 것은 분명히 주제넘은 짓이다. 그러나 일본의 미래가 밝아야 우리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 필자는 믿고 있다. 한·일이 갈등하면 할수록 한·일 모두에게 이득될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베정권이 일본의 우익에 의해 지지받고 있다고 해서 마냥 즐거워 할 일만은 아니라 여겨진다. 그의 행보와 발언은 끊임없이 주변국이 입은 아픈 상처를 건드려 상처의 깊이를 더욱 덧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정권은 과거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행위의 족적을 지우기 위해 온갖 음모와 노력을 다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위안부문제를 다룬 미국의 교과서마저 수정해 달라는 로비를 벌렸다고 해서 미국의 지식인들로부터 호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미국의 일본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이제는 예의를 갖추고 침묵할 때는 지났다”던가 “일본이 도덕적 잣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사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보니 아베총리의 행보가 마냥 꼬이는 모습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차대전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당당하게 하던 사람이 이제는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관을 방문하여 참배하였다. 홀로코스란 무엇인가? 독일의 나치스가 유대인을 대대적으로 학살한 사실을 말한다.

아베총리는 추모관에서 “나는 오늘 특정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인간을 어느 정도까지 잔혹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말하면서 “차별과 전쟁없는 세계,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방명록에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글을 쓰는 동안 그의 부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던가?

아베총리가 홀로코스트 추모관을 찾아간 것에 대해 무슨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특정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가를 정말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다. 독일나치가 저지른 범죄행위의 잔혹성은 이해하고 일본인들이 아시아인들에게 가한 끔직한 잔혹행위에 대해서는 짐짓 눈을 감아버린다면 그것은 일본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커다란 위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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