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푸드
소울 푸드
  • 경남일보
  • 승인 2015.03.0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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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이창섭
소울 푸드(Soul food)란 말이 요즘 매스컴에서도 유행하고 있죠? 종교나 영험한 얘기를 할 때 흔히 붙이는 ‘소울’이란 단어를 매일 먹는 음식에 사용하는 것이 흥미를 끄네요. 누구에게나 어떤 사연으로 인해 위안과 안식을 주는 소울 푸드가 한가지씩은 있지 않을까 싶네요.

대구에서 육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제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남매들 간에 나이 차가 많았던 터라 세 남매는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집을 떠났기에 유독 바로 위 누나 둘과의 기억이 많습니다. 10살, 5살 차이의 누나들과 등교 전에 같이한 아침밥상의 최고 메뉴는 단연 ‘어머니표 두부조림’이었습니다. 고춧가루, 간장, 멸치로 자작자작 간을 한 두부조림이 없는 우리 남매들의 밥상 또한 늘 허전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하숙집에서 가끔 두부조림을 만나도 고향집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 맛은 나지 않더군요. 어쩌다가 서울에 사는 누나들 집에 가면 어릴 때 먹었던 그 어머니표 두부조림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결혼해서도 제 입맛은 변할 턱이 없었죠. 유별나게 좋아하는 두부조림 만드느라 제 집사람도 고민 꽤나 했을 겁니다. 이곳 진주로 내려와서도 먼저 두부조림 잘하는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 구내식당에 아침 메뉴로 두부조림이 나오는 날이면 어린아이처럼 마냥 행복감에 젖곤 합니다.

나이 여든이 다 되신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두부조림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연로하신 어머니의 혀는 더 이상 맛을 구별할 수 없었나 봅니다. 예전 그 어머니표 맛은 온데간데없고 소금소태라 먹기조차 힘든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미안해 할까봐 예전의 그 두부조림인 양 맛있게 먹었지만 막내아들의 눈에는 맛을 구별할 줄 모르는 늙으신 어머니가 안쓰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자식들을 위해 맛난 두부조림을 해주시던 그 어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십니다. 그래서 저희 남매들은 두부조림만 보면 그리운 어머니 얘기를 이구동성으로 합니다. 어미란 존재는 우리 모두가 태어난 고향이며, 인생을 사는 법까지 배우게 되는 모든 배움의 원천이고 또 영원한 기쁨이자 행복일 것입니다. 그 어머니의 두부조림이 바로 저의 소울 푸드입니다.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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