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멈추고, 생각하고, 움직여라”
[기고]“멈추고, 생각하고, 움직여라”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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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재난현장에서 시민들과 소방관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들은 다양하지만 그 요소들은 시민들의 의식 향상과 소방관서의 적극적인 행정, 언론매체의 홍보로 이미 우리 경각심의 영역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위험요소에는 화재, 농연, 추락, 부상 등이 있으며 이는 누구나 알고 있을 일반화된 위험들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 경각심의 사각에 위치하고 있는 패닉(Panic), 즉 공황장애이다. 감당키 어려운 위험에 직면하게 될 때 합리적인 판단 대신 본능에 따르게 되는 행위가 곧 패닉이다. 패닉현상은 크게 지광, 퇴피, 좌회, 추종본능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얻게 된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우리는 언제나 잠재적인 요구조자이다. 만약 자신이 위험에 직면했을 때 어찌 대처할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실제상황에서 그것은 당신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라면 자신의 위치와 신고를 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재난과 맞닥뜨리게 되면 흥분하여 고함을 지르고 횡설수설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전형적인 패닉의 예로 볼 수 있다. 이는 소방관의 출동을 지연시키게 돼 결과적으로 피해를 가중시키게 된다.

재난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된 요구조자들 역시 패닉을 경험하게 된다. 일례를 들면 2009년 발생한 지하 노래주점 화재사건에서 피해자들이 비교적 가까운 탈출로인 주출입구와 떨어진 비상구에 몰려 사망한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추종본능과 퇴피본능이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추정컨대 화재가 발생한 장소에서 벗어나려는 퇴피본능이 발현됨과 동시에 아무 생각없이 다수의 사람이 몰려가는 곳이 안전할 거라는 막연한 본능, 즉 추종본능이 결합돼 빚어낸 참사였을 것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농연 속에서 뜨거운 열기에 직면하게 되면 잘 훈련되고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소방관조차 패닉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처럼 패닉은 재난현장에 관여하는 모든 이에게 찾아오는 치명적인 불청객이다. 이 패닉은 약이나 치료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패닉에 맞는 처방은 침착함밖에 없다.

만약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이 말을 구원의 주문처럼 기억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멈추고, 생각하고, 움직여라, 그리고 119에 신고하라.”

/박길상·하동소방서 현장대응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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