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손님의 품격(品格)
[경일칼럼]손님의 품격(品格)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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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경제성장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 왔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말해주듯이 우리 아버지·할아버지 세대들은 목숨을 걸고 오직 자식을 위해,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다. 그로 인해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13위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구사회가 200여년에 걸쳐 이룬 것을 우리 아버지·할아버지 세대는 약 30년 만에 이뤄낸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놀라고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은 이뤄냈지만, 그 이면에는 드러내놓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도 있다.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으나 국민의 의식수준은 그만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동물이란 사람과 사람관계를 맺는 것이고, 사람과 관계설정을 명백히 하는 것이 법이고, 사회적 합의에 의해 법을 만들고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이런 법적 제도를 구성하기 이전에 인간 내면의 정신이 우선돼야 한다. 그 정신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소양이고 덕목이다. 요즘 우리는 물질 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영 씁쓸할 때가 많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롭게 일어난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 위메프 해고사건, 남양유업 사건, 백화점 모녀사건, 범LG가 3세 횡령사건, 백화점 손님 갑질사건 등 정말 부끄러운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소위 갑질 논란이다. 사람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나라에는 국격, 즉 국가의 품격이 있다. 또한 손님에게는 손님의 품격이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가는 곳이 식당이기에 손님의 품격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손님이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은 “어서 오십시오” 하고 손님을 친절히 맞고 인사하지만, 우리나라 손님들은 종업원에게 따뜻한 인사 한마디 할 줄 모른다. 그러나 외국 사람들은 양식코스 요리를 먹을 때 7~8번 정도 땡큐 소리를 한다. 종업원이 에피타이저를 갖다주면 땡큐라고 인사하고 수프와 샐러드, 디저트 등 음식을 갖다 줄때마다 땡큐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니 종업원은 손님으로부터 땡큐 소리를 들을 때마다 다음 요리를 더 친절하게 서빙하려고 한다. 손님도 즐겁고 종업원도 즐겁다.

우리 속담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다. 그것을 달리 해석하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울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갑질 문화도 식당에서부터 고쳐 보자. 부자일수록, 학식이 뛰어난 지식인일수록, 권력이 우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밑바닥에서 수고하는 종업원에게 서비스를 먼저 줄 수 있는 미덕을 가져 보자. 이제 식당에 가면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먼저 인사를 해보자. 그게 손님의 품격이다. 내가 종업원의 품격을 따지기 전에 내가 먼저 손님의 품격을 갖춰 보자. 오늘 점심식사는 맛있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고영실 (전 진주외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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