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우리집에 왜 왔니
[대학생칼럼] 우리집에 왜 왔니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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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며칠 전 학교 주변 주거환경을 취재하는 기자를 따라 후문에 있는 한 하숙방을 들어가게 됐다. 문은 마치 창고처럼 작았고 들어서자마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과 현관이 붙어 있는 구조였다. 방 안에 들어갔지만 냉랭한 공기가 맴돌았다. 창문과 방문 곳곳에 문풍지가 붙어 있었고, 책상에는 보온병 세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그쪽을 유심히 쳐다보자 학생이 “제 방이 제일 끝쪽에 있어 찬바람이 많이 들어와요. 며칠 전부터 감기에 걸려서 따뜻한 물을 떠다가 수시로 마셔요”라고 말했다. 생활의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자 “어쩔 수 없죠. 적응하면서 살아야 죠”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학생의 말투에 자취생의 고달픔이 느껴졌다.

우리 대학의 많은 학생이 비싼 임대료와 열악한 주거환경 사이에서 주거권을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대학 인근의 한 달 원룸 임대료의 시세는 40만 원이다. 경남과학기술대, 진주교육대, 진주보건대 인근 지역의 평균적인 원룸 임대료보다 월 7만~10만 원이 높은 것이다. 이번 학기부터 우리 대학은 두 번째 임대형 민자방식(BTL) 학생생활관을 개관해 전체 학생 대비 생활관 수용률이 24%에서 30%로 높아졌다. 학생생활관에 입실한 일부 학생들의 주거난은 해소됐지만 자취하는 학생은 지난해와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진주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국회의원들도 가좌동 주변 대학생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마련은 마땅히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주거난을 해소한 사례도 있었다. 경북대 총학생회는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가 원룸 주인들과 협의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착한 자취방’ 제도를 시행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원룸 가격과 특이사항을 수집해 책자를 만들어 자취방을 구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오늘도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상자같이 작은 방에서 생활하는 자취생들이 있다. 학교에서는 ‘기숙사 확충’만으로 학생들의 주거권 문제가 해결됐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진주시에서도 임대업자들이 ‘담합’해 방값을 정한 것은 아닌지 감시하고 가좌동 일대의 높은 임대료를 낮출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도 주거권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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