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와 메기
정어리와 메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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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박물대학연합회 부회장)
이홍식

노르웨이의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저장하는 탱크 속에 반드시 천적인 메기를 넣는 것이 관습이라고 합니다. 천적을 만난 불편함이 정어리를 긴장시키고 살아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죠. 평온과 안락이 지속되는 사회는 언젠가는 무너집니다. 반대로 소란과 분주함으로 시끄러운 사회는 망하거나 쇠락하지 않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 썩게 되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 이치와 같지요.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조직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긴장감 없이 살다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메기와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질 겁니다. 매기 한 마리로 인해 탱크 안의 정어리들이 긴장하듯 조직에 생기가 돌 것입니다.

생선을 전문으로 다루는 요리사는 갓 잡은 생선의 살을 냉동실에 잠시 넣어 두었다 꺼내 손님상에 올리면 생선살이 냉동실의 차가운 기운으로 탱탱하고 꼬들꼬들해져 맛이 훨씬 좋아진다고 합니다. 하물며 생선의 살도 이런데, 사람에게도 적당한 긴장감이라는 것은 정신을 탱탱하게 부풀게 만들고, 뛰어오르기 위해 잔뜩 오므린 개구리 다리와 출발점에서 움츠린 육상선수의 긴장된 몸과 마음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힘찬 도약입니다. 그런 긴장감이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것이지요. 만약 그런 탱탱함이 우리의 몸에서 빠져나간다면 우리는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쭈그러들어 삶의 생기를 잃게 됩니다. 적당하게 긴장하며 산다는 것은 쉬지 않고 차갑게 흐르는 계곡의 물처럼 언제나 맑고 투명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늘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뜨거운 목욕탕에서 찬물을 뒤집어쓴 듯 긴장하며 산다는 것은, 내 스스로 타성을 돌파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관념적 사고의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바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합니다. 찬물과 따뜻한 물에 번갈아 들어가며 자신의 몸에 맷집을 키운 사람들은 언제 어느 때 메기가 들어와도 적응하며 함께 살 수 있습니다. 따뜻한 물에 길들여지고 젖어 있던 습관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지만 언제라도 찬물에 뛰어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탱탱하던 내 몸에서 긴장감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장치가 됩니다.

이홍식 (수필가·박물대학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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