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분노가 쌓이는 사회, 분노를 풀어 주는 사회
[여성칼럼]분노가 쌓이는 사회, 분노를 풀어 주는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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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당해 얼굴을 다쳤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부터 언론에서는 한동안 누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에 대한 뉴스와 분석이 이어졌다. 수없이 펼쳐지는 뉴스와 분석 가운데 “지금 우리 사회가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곳곳에 쌓여 있던 분노가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아팠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게 분노가 터져 나왔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최근에도 세종시 편의점 사건, 화성 총기 사건 등 자신의 분노를 파괴적인 형태로 표출하는 사건이 줄을 이었다. 이런 사건뿐만 아니라 지난해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갑의 횡포 혹은 을의 억울함을 되돌아보면,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개인적인 이유에서든 정치·사회적인 이유에서든 분노가 쌓여가고 있고, 그것이 제대로 표현되거나 해소되지 않아 사회를 경악케 하는 사건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상당히 정확한 분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분노는 좌절의 경험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그 분노를 적절히 표현하지 않으면 분노가 쌓이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좌절의 경험이 너무 많다. 어려운 경제상황, 비인간적인 경쟁, 늘어만 가는 비정규직의 직장 상황 등 끊임없는 좌절을 불러오고 있다. 매일 TV를 틀거나 신문을 펼치면 쏟아지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지금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분노가 가슴에 쌓아가고 있는지를 되짚어 보게 된다. 사회 곳곳에서, 그리고 국민들 가슴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노를 해소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어두워질지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 역시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리고 지난해 토크콘서트에서 사제폭발물을 던진 고등학생의 사건에서나 이번 미 대사 피습사건에서 언론과 정치권은 테러니 종북이니 하면서 정쟁이나 분열로 몰고가려 했지만,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냉철하고 신중한 태도는 희망의 씨앗을 북돋아주는 영양분이다.

이제 이 희망의 씨앗을 좀 더 적극적으로 키워 나가야 할 때이다. 우리들 가슴 속의 분노를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줄 때이다. 우리의 분노를 살펴보고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노력을 해보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또다시 좌절을 경험하지 않도록 그 말을 들어주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감정의 표현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할 때이다.

우리가 좌절을 경험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서로 좌절을 주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좌절을 경험한다 하더라도 그 좌절로 인한 분노가 쌓이지 않도록 애써야 할 때이다.

 
강문순 (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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