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꿈
[이준의 역학이야기] 꿈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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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캐치 프레이즈이다. 근세 들어 이때만큼 남녀노소 지역성향 불문하고 국민들이 열정적으로 한마음으로 함께하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우리사회의 균열양상을 비추어 볼 때 바로 이 시점이 참으로 다시금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의 회한인가.

그리하여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보다 ‘큰 꿈, 보다 아름다운 꿈을 꾸어라’하는 주문은 바람직한 덕담이라 할 수 있다. 이때의 꿈은 희망이고, 방향이고, 의지이며, 불굴의 노력에 대한 격려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필자에게 꿈 해몽을 부탁하는 사람도 심심찮다. 물론 그 꿈의 내용에 대하여 진지한 사람도 있지만 대개 심심풀이로 그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하여 흘러가는 여흥으로 묻는다. 필자 역시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지향하는 바를 고려하여 그 때 그 때 분위기에 따라 입담을 푼다. 사람들이 맞장구를 치며 좋아한다. 이때의 꿈은 여러 가지 이야기 요소들이 뒤엉켜 얼토당토않은 스토리로 이어지는 그야 말로 몽환(夢幻)적이다. 이런 꿈이 말 그대로 꿈이며, 그 스펙트럼은 아무것도 아닌 개꿈에서 앞으로 일어 날 수 있는 어떤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심오한 예지몽(叡智夢)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신체 심리라는 물리적 측면에서 사람에 접근하는 연구자들은 꿈은 몸이 피로하고 근심걱정 등 염려하는 부분이 짙을 때 잘 꾸어진다고 한다. 반면 사람들이 건강하고 깊은 잠을 잘 때는 꿈을 잘 꾸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꿈이란 사람들의 뇌 속에 새겨진 기억소자(記憶素子)들이 피곤한 상태에서 이리저리 흔들려 돌아다니며 뒤엉켜져 만들어 지는 환상(幻想)이라 할 수 있다. 뇌는 거의 물(水)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흔들리는 컵 속의 물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뒤엉켜지는 것처럼, 사람 몸이 피곤하면 두뇌 속의 물렁물렁한 기억소자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뒤엉켜 연결되어 기기묘묘한 그림, 소리, 동영상, 이야기로 나타나는 데 이것이 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몸과 마음 상태에서는 안정적 컵 속의 물처럼 고요하여 뇌 속의 기억소자가 안정적인 상태에 있기 때문에 꿈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든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의지적인 꿈, 국가나 자치단체의 미래에 대한 꿈같은 공약, 기업의 비전, 사람들의 듣기 좋은 덕담, 또한 꿈 자체이든, 그 기본 요소는 과거의 기억을 기초로 하여 미래를 지향한다. 나아가 좋은 꿈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며 사람들을 넉넉하고 힘차게 만드는 긍정적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를 12지지(地支)의 구성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다. 12지지를 구성한 옛 현인들은 꿈의 요소인 과거의 기억, 현재의 활동, 미래의 귀결점이자 결과인 마무리를 시간 및 세월의 관점에서 인과관계적으로 매우 잘 엮어놓고 있다. 즉 겨울(해자축), 봄(인묘진), 여름(사오미), 가을(신유술)의 요소를 절묘하게 연결하여 세월을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봄의 시작인 인(寅) 속에는 여러 요소가 담겨있다. 인안에는 맹렬하게 의욕적으로(孟地, 驛馬) 봄을 시작하면서 지난겨울의 흔적과 기억(戊土)을 바탕으로, 다가올 여름을 꿈꾸며(丙火), 봄의 문턱(甲木)을 여는 기운이 치솟아 오른다. 봄의 본류인 묘(卯)에는 봄의 본류(甲,乙)가 왕성(覇地, 中心, 현재 활동처)하다. 봄의 마무리인 진(辰)에는 봄의 본질적 과업(乙), 지난겨울의 장대한 마무리(癸), 그리고 마지막으로 봄이라는 한 계절은 땅속(戊)으로 들어가 끝난다(庫臟地). 시절은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끝난다. 여름, 가을, 겨울도 똑 같은 원리로 그렇게 끊임없이 순환한다.

인생사 꿈과 사랑도, 부귀와 권력도, 그렇게 세월 따라 시대 따라 반복할 따름이다. 세상만사 일장춘몽(一場春夢), 한줄기 쉼 없는 바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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