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늦둥이 꽃
[교단에서]늦둥이 꽃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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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시 축동초등학교 교사)
식물원 온실에도 자리 영향이 있어서 햇빛 잘 드는 곳에서는 꽃들이 일찍 피지만 빨리 개화한 꽃들이 시들 무렵, 화사한 얼굴을 내미는 늦둥이 꽃들도 있다. 아이들의 재능 피움도 제각기 다르다. 학년 초에는 적응을 잘 못해도 시간이 갈수록 숨은 재능을 연신 뿜어내는 아이들도 있다. 교과수업에는 소극적이지만 방과후 학교에서는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신나게 활동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들 중에는 학업 성취도는 낮아도 남을 배려하며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멋진 아이들도 많다. 이러한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적성을 제대로 발견해 훗날 자신의 특기와 재능을 살리면서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특기·적성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2012년 3월 전교생이 34명이던 우리 학교가 3년 만에 98명이 됐다. 신입생이 늘어나는 이유가 많은데 그 중 성공적인 방과후 학교 운영도 큰 몫을 차지한다. 소규모 학교는 정규수업이 끝난 후 전교생이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대부분 학교예산으로 운영한다. 올해는 예산이 대폭 삭감됨에 따라 방과후 학교 운영비도 많이 줄었다. 재적수가 25% 늘어난 반면 방과후 학교예산은 40%나 줄어 프로그램을 짜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부족한 예산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지원과 교육기부로 가능하게 됐다.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 관리단에서 한자교육 프로그램을 맡아주었다.

방과후 학교 강사들 또한 재능기부 차원에서 강사료를 삭감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동의해줘 적은 예산으로 다양한 강좌를 개설했다. 공군부대에서 근무하다 전역한 후 본교 안전지킴이로 활동하는 신근식 선생님이 학교 잔디운동장에서 일주일에 4시간이나 골프를 지도해 주시는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골프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남강댐 관리단에서는 수몰지구 인근 학교에 방과후 학교 지원과 함께 현장체험 학습비와 통학버스 운영비도 매년 지원하고 있다. 그 예산과 학교 운영비로 아이들은 매월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며 추억을 쌓고 있다.

자기 이름에 맞는 색깔과 향기를 터뜨리는 자연의 꽃처럼 방과후 학교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꽃망울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교육공동체가 다 함께 꿈의 텃밭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서외남 (사천시 축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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