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혁신도시를 살리자
[객원칼럼] 혁신도시를 살리자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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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독일이 통일된 후 세계 건축계의 눈은 베를린을 주목했다. 새 개념의 혁신적인 도시와 건축물들이 빠른 속도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 대부분이 이곳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통일 도시 베를린의 건축에 참여했다. 이 중 주목을 끈 한 건축물이 있었으니, 가건물 형태의 현장 정보센터였다. 이는 시각적 경량감과 붉은 강조 색을 지녔고, 아래쪽의 경량구조물 위에 컨테이너 박스를 놓아 미니 전시관, 커피코너, 전망테라스 등을 설치했다. 이 건물은 세계 최고의 건축현장을 둘러보는 공간이면서도 심미성과 품격을 갖추고 있어 또 하나의 명물로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필자는 여기에 착안해 우리 혁신도시에도 이와 유사한 전망 정보센터 하나가 있었으면 해서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 설계과제로 내주었다. 고민한 점은 진주혁신도시가 얼마나 볼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겠느냐였다. 진주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탄생한 것이다. 즉 수도권에 있는 국가공공기관을 이전, 지역의 기업·대학·연구소·공공기관 등과 상호협력해 지방발전을 도모한다는 창조경제적인 발상을 가진 사업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도시를 처음부터 혁신성과 미래지향성의 품격 있는 현대적 도시로 만들고자 했다. 특히 진주 혁신도시는 LH공사를 필두로 한 건설분야를 특성화한 ‘혁신거점도시(Inno Hub City)’를 개발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도시윤곽이 점점 드러나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가장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은 교통, 상업, 교육, 문화시설 등의 도시 인프라 미비이다. 이뿐 아니라 대부분의 용지가 주거용도로 구성돼 있고, 그나마 유입되는 인구의 대부분이 외부사람이 아닌 지역사람이라는 점도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한 조사결과 가족 전체가 이주하는 것을 꺼리는 큰 이유는 교육환경이라고 했다. 진주가 교육도시이기는 해도 이전 같은 명문 고등학교 하나 없다 보니 자식을 서울에서 데려올 명분이 없는 것이다. 또 원래 내세웠던 건축개념인 유비쿼터스나 생태도시 등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실행도 실종된 듯하다. 심지어 각종 공공시설물마저도 그렇게 혁신적이지 못해 별 볼 것이 없다는 지적도 일어왔다. 거기에다가 진주지역 사람들의 지나친 보수성과 배타성이 알려지면서 이사해 오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진주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전은 하늘이 준 큰 선물임으로 우리는 이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유치 및 완성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인 쾌적한 정주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지역과의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만 한다. 이런 마당에 경남도가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발전을 위해 서부청사를 개설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혁신도시의 완성은 관의 문제만이 아니라 민·관·학이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강화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망대 위에서 혁신도시를 바라보며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혁신도시에 이전하는 공사와 그 직원들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환영한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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