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혼사를 앞두고
자식 혼사를 앞두고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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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박물대학연합회 부회장)
이홍식
요즘 예식장 주변이 차들로 혼잡하다. 내 주변에는 자식 혼사로 속을 썩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들 얘기를 들어보면 당사자인 자식 입장보다 자신들 생각이 앞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의 눈높이로 자식의 짝을 바라보고 평가한다. 그러니 그들의 눈과 다를 수밖에. 자식들과 평생 살 것도 아닌데, 가족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부모가 만든 기준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순전히 자식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이 살아온 경험에 비춰 자식이 가야 할 길에 힘을 보태고, 바른길로 끌어가는 것이야 부모의 당연한 도리겠지만, 자칫 도를 넘는다면 문제다. 부모는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관심이나 사랑이 지나치면 폭력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사랑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더 깊은 사랑임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보질 못한다. 저들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키우도록 해야 할 것인데, 자식의 일에 일일이 간섭한다면 나중에 부모가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고 부모 된 사람들이 바뀌어야 할 생각 중 하나가 ‘내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생각, 그것에 얽매이다 보면 자식이 부모와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될 때 서운한 마음과 배신감마저 드는 것이다. 자식을 자신의 생각에 비슷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사랑이라 착각한다. 지독하게 사랑받는 자식일수록 그들이 사랑받은 것이 아니라 사랑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자식으로부터 그런 생각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부모의 삶은 황폐해진다. 마치 물 위에서 열심히 노를 저어가는 것 같아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닻을 내린 채 파도에 들까불리는 배와 같다.

자식의 삶과 내 삶은 시대와 환경이 전혀 다르다. 지난 세월에 갇혀 바라보던 세상모습을 이젠 정면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지난날 공중전화로 사랑을 주고받던 시절과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 위에서 손가락으로 사랑을 주고받는 지금의 시대에 우리도 몸집을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생각, 그 하나만 내려놓아도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자식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사랑…, 그 뒤에 오는 허무감은 사랑이 자초한 상실이다.
 
이홍식 (수필가·박물대학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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