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피와 땡초
제피와 땡초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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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이창섭

오늘 이야기 주제는 진주에서 만난 두 가지 향신료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해 진주에 내려와서 어느 시골스러운 밥집에 가니 톡 쏘는 김치를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 김치에 바로 ‘제피’란 향신료가 들어가 있더군요. 어릴 때 즐겨 먹었던 제피 향 가득한 김치가 나온 것이었죠. 제피는 경남 서부지역에서 애용하는 향신료인데 대구에서 태어나 살았지만 고향이 합천인 부모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제피가 들어간 김치를 많이 먹어서인지 그 맛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표준어로는 초피나라에서 난다하여 초피인데, 이곳에서는 제피, 호남지역에서는 젠피라고도 합니다. 가까운 분도 제피를 좋아하는데, 어린 시절 고향에서 여름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밀가루 반죽에 고추장과 막장을 적당히 넣어 끓이는 매운탕에 양념으로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이 바로 제피가루였다고 하더군요. 진주에 와서 다시 제피 들어간 김치를 맛보고는 어릴적 추억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회사 동료들 중에는 조금 니글거리는 맛이어서 아예 먹지 못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이맛을 아주 좋아합니다.

두 번째는 ‘땡초’입니다. 제가 땡초가 매워 먹기 힘들어 하는 걸 보고 “형님, 남자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먹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우적우적 씹어먹는 진주가 고향인 후배를 볼 때면 매운 것을 어떻게 저리도 잘 먹을 수 있나 놀랄 따름입니다. 특히 여기 진주분들은 국수를 즐겨 먹는데, 국수집에 가도 땡초가 나올 정도로 땡초 사랑이 각별하시더군요. 저는 땡초 한 입 베어 물고는 너무 매워서 국수 국물 한그룻을 다 마신 적도 있었습니다. 또 신기한 것이 바로 ‘땡초김밥’입니다. 김밥 속에 땡초를 넣어 만든 김밥으로 진주에 와서 처음 먹어 보았는데 적당히 매운 것이 땡초는 몰라도 이것은 제 입맛에 딱 맞더군요. 저는 고추씨를 털어낸 초보 땡초김밥을 서울을 오갈 때마다 고속버스 터미널 부근에서 즐겨 먹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따뜻한 국물이랑 땡초김밥을 먹으면 금방 풀리기도 합니다. 너무 매운 나머지 근심, 걱정 등 먹는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니 말입니다.

시각도 그렇지만 후각이나 미각만으로 기억되는 아름다운 옛 추억이 누구에게나 한가지씩은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제피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땡초가 아주 많이 좋아질 거 같네요.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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