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산다는 것
바쁘게 산다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5.03.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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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박물대학연합회 부회장)
이홍식

요즘 들어 나는 혼자서 여행하거나 산행할 때가 많다. 혼자 길을 걷다보면 가장 많이 생각이 나는 것이 지나간 시간들이다. 그동안 엇갈려 부는 봄바람처럼 바쁘게 살았다.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던 그때로 돌아가 다시 살 수 있다면 조금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깨닫지 못하고 산다면 지난날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젠 나이를 먹는 탓인지 혼자 길을 걸으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것이 살면서 잘못한 일이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걸을 때 지난 내 모습을 맑은 거울에 마주 서서 보는 것처럼 잘못한 것들만 또렷하게 떠오른다. 인적이 드문 숲길을 걸으며 지난날을 생각하다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도 있다. 한참 걷고 나면 속은 좀 후련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은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죽도록 바쁘기만 했지 실속 없이 뭘 하고 살았나 싶다.

‘냉정한 마음으로 열광했던 때를 살핀 뒤에야/열띠어 분주했음이 무익(無益)함을 알고/번거로움에서 한가로움으로 들어간 뒤에야/한중(閑中)의 즐거움이 유장(悠長)한 것임을 깨닫는다.’ 이 말은 ‘채근담’에 있는 말이다. 한참 욕정에 이끌려 열을 올려 일할 때는 일에 골몰해 아무 분간도 할 수 없지만, 바쁨이 사라진 뒤에 돌이켜 생각하면 그처럼 분주한 것이 부질없는 일임을 깨닫게 되고, 번잡한 생활에서 한가로운 생활로 들어가 보아야 비로소 한가로움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이 얼마나 맑고도 여유 있는 것인가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큰맘 먹고 혼자 길을 떠나보자.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쉬워지고 그 다음은 더 쉽다. 그러다보면 나중에는 시간이 저절로 따라온다. 명심할 것은 혼자 가야하고, 만약 동반자가 있다면 자연과 교감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내밀한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내 경험을 이야기한다면 동반자가 있으면 생각이 흩어져 얻는 게 없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가지려면 반드시 혼자라야 한다. 그러고 나면 비 오는 날 자동차 브러시가 앞유리 빗물을 닦아내듯 내가 가야할 길이 제대로 보일 것이다. 진주는 지리산이 지척이라 축복받은 곳 아닐까. 마음먹으면 당장이라도 갈 수 있다. 지금 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중에도 못하는 사람이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진정한 힘은 바로 내 안에 있음을 잊지 말자.

이홍식 (수필가·박물대학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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