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
  • 경남일보
  • 승인 2015.03.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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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이창섭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달콤한 감이 무엇인지 아시나?” 집을 나서는 아내에게 농담 삼아 물었습니다. 아내는 하동 ‘대봉감’을 꼽더군요. 저는 웃으면서 아버지와 얽힌 부끄러운 예전 이야기를 꺼내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달콤한 감은 바로 ‘공감’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야기는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50대 중반이던 아버지께서는 추운 겨울이면 꼭 안방에서 면도를 하셨습니다. 안방에서 면도를 위한 세숫대야는 바로 경상도 아버지의 권위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면도가 끝날 때면 꼭 어린 저에게 수염이 깨끗하게 잘 깎여졌는지 살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추운 겨울에 아버지 면도를 위해 세숫대야 물을 옮겨야 하는 어머니의 수고로움이 맘에 걸려서 찬찬히 보지도 않고 잘 깎였다고 대충 대답했습니다. 제왕적 권위에 대한 작은 반항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마흔 두 살에 낳은 어린 아들과 어떤 말이라도 나누고 싶으셨고, 또 연세가 들면서 점점 눈이 어두워지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픈 마음이었을 거라고 아내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면도를 할 때마다 아버지와의 일이 생각나고 후회가 된다고도 하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상처받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심한 A 혈액형에다가 별자리는 또 게자리인 저도 근심이 많은 사람이라 가끔 이런 어려움에 빠지곤 합니다. 그때마다 김형경의 에세이 ‘천개의 공감’을 읽고, 또 주위 사람에게도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모 언론매체의 상담코너에 접수된 고민들에 대해 답변한 것을 글로 엮은 것인데, 세상사 모든 상처에 대한 치유를 바로 공감에서부터 시작하더군요.

공감은 연민이나 동감과도 구별이 된다고 합니다. 연민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고, 동감은 객관적인 상태를 벗어나 상대에 쏠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중립적이며 어찌 보면 다소 비판적인 태도에서 출발해 상대방의 내면상태를 함께 느끼는 공감. 세상사 살아가며 상대가 나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맛있는 감이 공감이듯, 내가 또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감도 바로 공감일 것입니다. 바삐 살면서 소홀했던 거 같은데 지금부터라도 공감능력을 키워야겠습니다.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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