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민화, 이대로 좋은가 ?
[경일칼럼] 민화, 이대로 좋은가 ?
  • 경남일보
  • 승인 2015.03.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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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램 (창원대학교 예술대 교수)
민화는 미술 애호가나 전문인, 관심 있는 일반인 외에는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조선시대 그림, 민족화, 생활화, 상징화, 장식화, 공예화, 실용화, 서민화 등 막연한 추측에 의해 알려져 있으며, 각양각색의 논쟁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실 민화는 정통회화에서 볼 수 없는 한국화만의 독특한 특성이 명확히 발휘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궁중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변용된 점과 민화로써 생활공간을 풍부하고 여유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회화이기 때문이다. 민화는, 즉 실용회화인 것이다.

실용회화가 오늘날의 그림과의 차이점은 그림대상이 주술적인 효과를 지닌 매개체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그 시대 사람들은 주술적인 힘이 재앙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역할과 소망을 이루게 해준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실용화는 일반 서민들의 마음이라 할 수 있으며, 소박한 꿈을 바탕으로 그리고 감상하고 즐겼던 그림이다. 실용화는 조선시대 후기에, 특히 일반 민중이나 서민층의 그림으로 유행했다. 서민들의 향상성에 목적을 두고 발전했기 때문에 창의성보다는 반복돼 그려짐으로써 정통회화에 비해 상당한 수준 차이는 있지만 실용성, 상징성, 예술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상징성은 시대마다 그려진 그림에 공통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가뭄시 기우제 때 ‘운용도’를 그려 사용함으로써 비가 오기를 기원했고, 역병이 유행하면 ‘주작도’를 그려 벽이나 기둥에 붙여 병이 들지 않기를 기원했다.

이러한 민화를 세상 밖으로 선보인 사람은 민예 운동가인 ‘야나기무네요시(柳宗悅)’라는 한 일본인이다. ‘야나기무네요시’는 1959년 8월 잡지 ‘민예’에서 처음으로 ‘조선의 불가사의한 그림’이라고 극찬하면서 민화를 다음과 같이 논했다. ‘직감적으로는 뭔가 신비적인 미(美)마저 느끼게 하는 이 그림은 모든 지혜를 무력하게 한다. 왜냐면 근대인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모두 불합리성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조 민화는 무명의 화공들이 칭찬과 헐뜯음 같은 것은 도외시하고 미추의 갈등이나 독자의 의식도 없이 편한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며, 묘법에 역원근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합리적 테두리를 벗어난 자유로움의 표출이다. 그러면 어떠한 성질이 민화에 숨겨지고 그 미(美)는 어디서 솟아난 것일까? 그것은 무법의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무법조차 법으로 치지 않고 담담하고 차분하게 묘법이나 마음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그렸기 때문이다. 즉 아무런 구애 없는 평정한 마음이 원천인 것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민예 운동에 입각한 새로운 회화 탄생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민화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까. 민화의 미적 가치 기준을 재평가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그에 앞서 해결돼야 할 분명한 과제는 명칭 문제다. 민화는 한국인이 그린 그림임에는 분명한데, 다른 나라 사람의 서명이 되어 있다. 남의 것에 대한 관심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그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우리 것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 본다.

 
강바램 (창원대학교 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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