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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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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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 (시인)
양곡

40세가 넘으면 일반인도 출생연도를 홀수, 짝수로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기초 체위를 측정하고 비만, 혈압, 소변검사, 진찰과 상담, 혈액검사, X-레이, 위암, 유방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는다. 전날 저녁 9시 이후에는 물, 껌, 음료수, 술 등 음식물 일체를 금식하는 것이 확실한 검진과 정확한 결과를 위해서 좋다고 한다.

사람은 일정한 기간을 살다가 죽는다. 여자보다는 짧은 남자의 평균수명은 1960년에는 52세 정도였는데, 2010년에는 80세가 넘는 것으로 통계가 나올 뿐, 영생은 종교의 믿음 안에서나 찾을 수 있다. 사람은, 사람은 죽는다는, 죽음을 인식하면서부터 시간의 개념을 밝혀내고, 종교를 생각해냈을 것이다.

재작년에는 형을 저승으로 보냈고, 작년에는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냈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죽음 너머의 세상으로 떠나보냈지만, 형과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난 두 해가 나에게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참으로 절실했던 것 같다. 끝끝내 울지는 않았지만, ‘삶이란 이렇게도 허망하게 끝나는 것이로구나. 죽고 나면 지금 살아 있는 삶이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뼈에 사무치게 깨달았던 지난 두 해였다.

두 분 다 봄마다 건강검진을 받았으나 그해만은 달랐다. 다 정상이었는데, 돌아가시던 그해 봄은 너무도 달랐다. 그런 후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불치의 병은 구태여 밝혀진 병명을 붙이기보다는 이승의 인연이 다해 떠나시는 그분들의 저승행 승차권 정도로만 여기게 됐다.

살아 있는 그 누구도 죽음 이후의 세계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살아 있기에 죽음 이후를 알 수가 없는 것이고, 혹 알고 있을지라도 살아 있기에 알고 있는 것일 뿐, 죽음 이후의 속내를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건강검진은 오늘 살아 있는 나의 삶을 예측할 수 있게 해, 남은 인생을 나름대로 정리할 시간을 가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아침 일찍 의료원으로 나가 건강검진을 받는 일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봄날의 행사치고는 참으로 맛깔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조차 없이 또 한 해를 버티며 한세월 넘길라치면 왠지 삶의 진정한 의미조차 깨닫지도 못한 채 나이만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때론 쓸쓸하기도 한 까닭이다.

양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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