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고위공직자는 재산 늘었고, 서민은 빚이 늘었다니…
[경일시론] 고위공직자는 재산 늘었고, 서민은 빚이 늘었다니…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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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지난 한 해 고위공직자 10명 중 7명꼴로 재산이 불어났다는 소식에 서민들은 가슴이 휑하다. 국회의원·법관·고위공무원 등 2302명 중 69%인 1583명의 재산이 늘었고, 평균재산도 15억3400만원으로 전년의 13억2000원에 비해 2억원 이상 증가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이 재산을 불렸다면 보통 재주가 아닌 것 같다. 재산증가가 ‘그들만의 잔치’라는 점에서 내놓고 축하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재산증식에 대해 많은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직자의 재산증식이 합법성과 도덕성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면 탓할 문제가 아니다. 공직자라고 해서 정당한 경제활동을 하지 말란 법이 없다. 증가 이유가 부동산 가격상승이든, 저축이 늘어난 것이든지 간에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허탈감은 적지 않다.


공직자 재산증가, 서민들 가슴이 휑하다

요즘 서민들은 전세난에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서민들의 눈에 공직자들이 부동산 등으로 수억원대 재산증식이 어떻게 비칠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흔한 말로 ‘좋은 자리에 앉아 배만 불리는 모양새’니 서민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서민들은 지난해 재산이 늘어나기는 고사하고 가계 빚만 증가한 한 해였다. 고위공직자의 재산증가와 서민 가계의 팍팍한 모습이 곧 오늘날 부(富)의 쏠림이 심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절망에 빠진 20대 청년들과 노인들의 자살소식을 수시로 듣는다. 청년실업자, 노인 등이 생활고와 암울한 미래로 삶의 의욕과 희망을 가지지 못한 채 목숨을 끊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 땅값이 오르고 주가가 뛰어 가만히 앉아서도 불어나는 공직자들의 재산증식을 보는 서민들의 시선이 결코 고울 리 없다.

고위공직자들은 사회에서 여전히 우월한 위치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민생이 피폐한 가운데 국회의원 절대다수의 재산이 늘어난 것을 선뜻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보유 부동산 가격이 오른 덕분이기도 하지만 급여에서 생활비를 떼어 쓰고도 저축했다고 하니 대체로 생활의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이다. 더 큰 문제는 가족들의 상습적인 재산고지 거부로 거부율이 26.9%이고, 국회의원은 무려 37.3%나 공개를 거부했다. 드러난 재산만으로도 위화감이 커지는 판에 숨겨진 부분까지 드러나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공직자 재산증식 상태는 3%대의 낮은 경제 성장률에 견줘볼 때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물론 불경기 속 고위공직자의 재산증식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을 수는 있다. 단지 고위공직자라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다. 시장경제라면 누구든 자신의 재산을 합당한 방법으로 공정하게 운용해 늘릴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자리 앉아 배만 불리는 모양새’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공직사회에서부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서민들도 고위공직자들만큼 고르게 재산이 늘어나지 않았다면 건전한 사회라고 간주하기 어렵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은 늘었고, 서민들은 빚이 늘었다면 반갑지만은 않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효율적인 정부를 통해 고속성장과 깨끗한 사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리콴유 총리 같은 공직자의 리더십을 원한다. 우리 국가청렴도는 43위이고 덴마크는 1위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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