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
중국 관광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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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 (시인)
양곡

어려운 형편에 중국을 다녀왔다. 북경으로 들어가 천안문 광장 자금성을 보고 태항산맥을 중심으로 황하의 남북쪽인 하남성과 하북성, 서쪽인 산서성을 둘러보았다. 태항대협곡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황산에 못지않았다. 홍기거는 중국인의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천협은 해발고도와는 상관없이 오금이 저렸다. 명-청 시대의 생활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중원문화의 보물창고 평요고성에서의 하룻밤은 중국의 전통을 현대감각으로 접하는 중요한 기회였다.

면산은 공중도시답게 아슬아슬함의 극치였다.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목숨의 지극함이 아닐까 싶었다. 가는 날이 청명·한식이어서 진나라 개자추의 충효정신은 몇 천 년을 흘러도 고색창연했다. 사람이 지켜야 할 덕목을 아홉 개 뽑을 때는 ‘염치(廉恥)’가 들어간다는 사실도 비로소 알게 됐다. 해발 2000m의 돌벽을 기다시피 올라가 산행 끝에 맞이한 정과사의 12존 등신불은 이야기나 듣고 글로나 읽어, 믿거나 말거나 했던 상상이 눈앞에 현실로 드러나 ‘아! 몸에서 나온다’는 사리라는 게 꼭 다비를 해야만 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늘 위에서는 모두가 신이나 신선이 되듯이 도교와 불교가 만나듯 대라궁과 운봉사가 공존하고 있었다.

만리장성은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답게 장엄하기까지 했다. 서태후의 여름별장인 이화원은 사람의 힘으로 파낸 흙으로 만수산을 만들 정도였으니, 인공호수의 물빛은 눈물 빛이 아닐까 싶었다. 한반도 40배가 넘는 크기, 56개의 민족들이 어우러진 중국 땅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몇 년에 걸쳐 다달이 한두 푼씩 저축을 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우리 땅을 다 밟아보지도 못한 채 한때는 대국으로 섬기기까지 했던 나라를 관광한다는 것은 뒤가 켕기는 일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여름피서만큼이나 일반화된 것 같다. 동남아든 백두산이든 해외관광을 부추길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하지만 외화낭비의 주범이라 비아냥거리며 몰상식으로까지 몰아붙이는 일도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 같은 외국관광에는 동행들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가이드다. 가이드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거꾸로 매달려도 한 번은 하게 되는 오늘날의 해외관광을 기왕에 실속 있고 지혜롭게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양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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