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여가를 위한 요트타기와 요트의 관광
[경일시론]여가를 위한 요트타기와 요트의 관광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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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요트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했다. 장관이 내놓은 육성방향은 ‘돈 있는 사람’의 취미생활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 레저로 키운다는 것이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여가를 모두에게 손쉽게 즐기게 해준다는 구상은 반가워할 일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나 보아오던 ‘보트타기’를 누구나 손쉽게 즐기게 하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골프와 더불어 요트타기는 부유한 고급 여가의 영역이라는 점에서이다. 골프만 해도 정부는 이미 2만 달러 시대를 시작하기 전부터 대중화를 선언한 바 있다. 그래서 수많은 골프장들이 생겨났고, 누구나 쉽게 이용하게 하기 위한 퍼블릭 코스까지 등장시켰어도 여전히 서민들은 골프장에 가까이 갈 엄두를 못 낸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러한 정책이 3만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편의적 발상에서 비롯됐다면 이 또한 걱정이다.

요트산업을 대중여가로 이끌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그 방향은 과연 대다수 국민들이 요트타기를 쉽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와 결부된다. 그러한 여건은 분명하고 단순하다. 그것은 ‘돈 없는 사람’도 쉽게 지불할 수 있는 비용으로도 요트를 쉽게 즐기도록 하는 일이다.

요트관광은 고급 여가 소비문화이다. 요트관광은 좀 과하게 사치하다고 해서 비난받지 않는다. 그래서 해양관광리조트의 마리나에는 디럭스 파워보트와 세일 요트 계류장, 쇼핑아케이드에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가 딸린 고급 호텔과 클럽과 같은 시설들이 있다. 낚시, 스쿠버 다이빙, 패러 세일링과 같은 해양스포츠뿐 아니라 테니스와 골프와 스파를 즐길 수 있는 바다 위의 복합 리조트시설이다. 마리나에는 부유한 그들끼리 소통하면서 파티문화를 즐기는 커뮤니타스(comuntas)라는 공감의 문화가 있다. 그런 요트관광은 고급 휴양관광객들에게 유용한 것이지 대중들이 여가를 즐기기 위한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정부는 요트관광과 여가 목적의 요트타기를 구분해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점에서 해양수산부가 60만원 정도로 3시간을 임대해줄 수 있다는 모델 제시는 골프에 퍼블릭코스를 도입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로 보인다. 제시된 요트 임대비용은 돈 있는 부자가 볼 때는 저렴해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적지 않은 비용이다. 여가비는 서민들에게 생계유지나 자녀학비에 지출하고 나서야 한 번 써 볼까 말까하는 손이 오그라드는 지출이다. 그 정도의 비용을 과하다 생각하지 않고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난센스가 아닌가.

여가목적의 요트타기를 손쉽게 하는 일은 요트문화의 대중화를 이끄는 핵심적인 사업이다. 그런 점에서 모터가 달린 고급요트보다 세일링 요트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은 손쉽게 요트 즐기기에 다가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파워 보트는 선상에서 파티를 하며 유희를 즐기는 관광이라면, 세일링 보트는 바람에 몸을 실어 손쉽게 여유로움을 즐기는 여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남해군에서 실천하는 요트스쿨의 다양한 딩기급요트를 도입한 세일링 교육프로그램과 물건리 어항의 요트 전용기반은 주목받을 만하다. 앞으로 잘 운영된다면 남해의 요트기반은 가족끼리도 요트타기를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요트사업이야말로 ‘돈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요트가 아니라 누구나 손쉽게 요트타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요트관광과 여가를 위한 요트타기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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