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가보자] 진주성
[우리동네 가보자] 진주성
  • 강민중
  • 승인 2015.04.08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꼭 가봐야 할 국내 대표 100선 경남지역 11곳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 한해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대표 관광지 100곳을 선정했다. 블로그, 트위터 등 SNS 등 최근 3년간 축적된 총 7200만건의 ‘관광지’ 관련 키워드를 분석해 여행 선호도와 최근 트렌드를 반영했고 여행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했다. 도내에는 진주성, 창녕 우포늪, 합천 해인사, 통영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통영 동피랑마을, 통영 장사도, 통영 소매물도, 남해 다랭이마을, 남해 독일마을, 거제 해금강, 지리산 등 11곳이 선정됐다. 정작 지역민들은 그 가치에 소홀한 부분이 있다. 본보는 이들 관광지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지역민들로 부터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이들 11곳 명소를 찾아나선다./편집자주


 
진주성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 ‘논개’ 일부



1593년 가녀린 한 여인이 검푸른 남강을 바라보며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문다.

왜적들의 거센 공격에 수차례 방어선을 지켜왔던 진주성은 이미 무너졌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 희생자만 민관군 7만여명. 왜적들은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남강이 내려다 보이는 촉석루에 둘러앉아 술판을 벌었다. 축하연으로 소란스러운 이때 이 여인은 손가락 마디 마디에 가락지를 낀 채 왜장과 함께 촉석루 아래 의암(義巖)바위로 내려가 차디찬 강물로 몸을 던졌다. 이 여인의 희생은 후대에 기리기리 이어진다.



8일 봄비를 머금은 진주성은 풀내음이 가득했다. 어릴적부터 너무나도 자주 찾은 이 곳. 뼈속까지 진주사람인지라 진주대첩에 얽힌 아픈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일까. 이날따라 구름낀 날씨와 맞물려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진주성은 1592년 10월, 임진왜란 1차 진주성 싸움 때 김시민 목사를 중심으로 한 조선의 의병과 관군 3800명이 결사 항전한 결과 3만의 왜병중 2만여명을 죽거나 다치게 하는 등 대승을 거둬 임진전란사에 3대첩의 하나로 기록됐다.

특히 진주대첩은 호남지역으로 진출하려던 왜군의 시도를 좌절시켜 국내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과 호서를 온전히 보전하는데 기여하였을 뿐 아니라, 의주까지 피난을 간 선조를 비롯한 대소신료 및 조선 육군과 의병들에게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또 왜군으로 하여금 남방에 강력한 조선군이 있어 전역을 확대하지 못하게 하고 조선군을 더 이상 깔보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의 효과를 창출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1차 진주성 싸움을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로 꼽는다. 그러나 8개월 뒤인 1593년 6월, 왜군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재침입하자 결국 성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로부터 400여년이 지난 지금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진주성은 지역민들에게는 최고의 산책 코스가 됐다.

특히 유등이 불을 밝히는 10월이면 수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날도 진주성을 배경으로 하는 관광객들의 기념사진촬영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언제나 전국에서 꼭 가봐야할 관광지로 언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진주성. 김시민 장군 동상.
진주성. 촉석루


촉석루에 오르면 펼쳐지는 황홀한 풍광에 왜 촉석루가 이 위치에 지어졌는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양쪽 기둥과 처마가 이루는 사각프레임은 촉석루에서만 줄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을 연출한다.

시선 아래로 논개가 몸을 던진 의암바위로 가는 통로가 눈에 들어온다. 경상남도 기념물 235호인 의암과 절벽 사이는 50센티 정도, 그 사이로 강물이 흐른다.

강물 속에 반쯤 잠긴 의암의 모습이 이날따라 더 위태로워 보인다. 의암은 어느 곳보다 남강을 배경에 담기에는 더 없는 사진촬영 포인트다.

촉석루 측면에는 논개를 모셔논 사당 의기사(義妓祀)가 자리하고 있는데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진주성. 촉석루 아래 의암.


촉석루를 나와 옆으로 계단을 오르면 도유형문화재 1호인 김시민 장군 전공비가 기다린다. 도유형문화재 2호인 ‘촉석정충단비’역시 진주성 안에 있는데 2차 진주성 싸움 때 순국한 김천일, 고종후, 최경회, 황진, 장윤 등의 행적이 비에 새겨져 있다. 1차·2차 진주성 싸움을 기리는 ‘진주성 대첩 순의단’도 역사성을 더해준다.

이어 펼쳐지는 잔디공원은 정갈하게 꾸며져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관광객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품는다.

잔디공원 중심부에는 최근에 복원한 조선시대 우물이 있다. 남강이 바라보이는 성곽을 따라 가면 진주성에서 가장 높은 망루인 서장대가 나온다. 절벽 아래 도심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곳. 남강유등축제, 개천예술제, 논개제 등의 기간에 터지는 불꽃놀이 감상 포인트이기도 하다.

2차 진주성 전투 때 순절한 분들의 신위를 모신 창렬사와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웠다가 진주성싸움에서 전사한 승려들의 넋을 기리는 호국사도 봄을 맞이하고 있다. 진주성 한가운데는 옛 경남도청 정문에 해당하는 영남포정사 문루가 있고 1984년 개관한 임진왜란 전문역사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이 있다. 임진왜란과 관련한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고 관람은 무료다. 진주성 입구에서 성곽을 따라 천천히 성내를 걸으니 1시간 30분여가 소요됐다.

진주성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이는데다 역사와 전하는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다. 당일 관광코스로도 좋지만 외지 관광객이라면 1박을 투자해도 후회하지 않을 야경이 있다.


강민중기자 jung@gnnews.co.kr


 
20150408_13254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