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워킹맘과 기업, 그리고 부모교육
[경일시론]워킹맘과 기업, 그리고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5.04.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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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
오늘날 우리사회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워킹맘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워킹맘에 대한 기업의 시각은 그저 정부정책에 대해 형식적인 생색내기일 뿐 진정한 시각에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려는 생각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국내의 몇몇 기업들은 예외적으로 일-가정 양립의 가족친화적 기업환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기업목표가 생산성 향상이 화두일 뿐 ‘일하는 여성’에 대한 관심은 거의 두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생각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초등학교 폐교 실태를 보면,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 해 동안 몇 백 개의 학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정부에서는 세계 최저수준의 저출산율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들을 내고 있으나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인구를 증가시키는 정책을 강화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출생해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잘 교육시켜 좋은 사회구성원으로 키워 나갈까 하는 것이 더 사회적 화두인 것 같다.

그렇다면 워킹맘이 다니기 좋은 회사환경, 다시 말해서 회사가 일하는 여성에게 자녀양육과 관련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해주는 기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한다. 현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정책 중 하나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여성경제참여율(53.9%)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손꼽히는 글로벌기업인 IBM 총괄 여성 부사장과의 만남을 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사는 170개국 38만 5000명 직원 가운데 30%가 여성이고, 관리자 및 임원 중에서 여성비율이 29%에 이른다. 즉 여성 임원 2/3가 워킹맘이라니,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여성 임원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의 벨린다 여 부사장은 IBM은 아주 좋은 기업이며, 올해로 미국 워킹마더 매거진이 선정하는 ‘일하는 엄마에게 가장 좋은 100대 기업’에 30년 연속 뽑혀 자축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IBM에서는 남녀직원 모두 육아휴직뿐 아니라 가족돌봄 휴직, 입양휴직, 유연근무제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런 제도가 잘 활용되는 이유로서 모든 직원이 ‘몇 시간 일했느냐’가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 철학이 ‘직원을 지원해주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훌륭한 인재들이 다른 기업에 가버릴 것이 분명하고, 직원들의 일과 삶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존중해줘야 하며, 그래야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보는 정신이라고 했다. 워킹맘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갖은 눈치를 보며 살얼음을 딛고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기업환경과는 천지 차이가 난다.

회사가 워킹맘을 존중하고 인정해줄 때 일하는 여성이 떳떳한 부모일 수 있고, 자녀에게도 긍정적인 자아의식을 가지게 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회사들이 기업목표의 하나로서 ‘워킹맘을 제대로 인식하는 부모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낸다면 지나칠까.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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