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진주성 7만의총 건립, 나라가 앞장서야
[의정칼럼]진주성 7만의총 건립, 나라가 앞장서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04.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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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 (진주시의원)
임진왜란 기간 중 왜군은 당시 300여개의 행정구역 중에 절반 이상을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이라고 불리는 큰 싸움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한 길목을 꿋꿋이 지켜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로를 막았던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 한양으로의 진격을 막았던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 그리고 영남서부와 곡창지대인 호남으로의 진출을 막았던 김시민 장군의 ‘진주성 대첩’이다.

그 중 진주성 대첩은 다른 두 대첩과는 다른 점이 많다. 먼저 진주성이 포위된 상태에서 진주민 전원이 처절하게 두 차례나 싸웠던 혈전 중의 혈전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1차 혈전의 패배로 자존심에 깊이 상처를 입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총력전을 지시했던 2차 혈전 때에는 민간 주민들이 끝까지 싸웠던 치열한 전투였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당시 김시민 장군이 전사한 사실을 몰랐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반드시 김시민 장군의 목을 가져 오라는 특명을 내려 군사력을 진주성에 총집중시켰고, 반대로 진주성에서는 김시민 장군이 없는 상태에서 패배를 직감한 일부 관군과 의병이 합류하지 않아 불과 3000명의 관군과 의병만이 5만을 넘어서는 왜군에 대항했다.

중과부적으로 진주성은 10일 만에 함락됐지만 3000여명의 관군과 의병, 6만명이 넘는 진주민들은 끝까지 저항했다. 그 결과 전라도로 진격하려던 일본군은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고 결국 동남해안으로 철수하고 말았다. 끝까지 죽음 앞에서 의연했던 7만 진주 군민의 역사와 혼은 통곡과 한을 품은 채 지금도 남강을 따라 형형히 흐르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선조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700명의 영혼을 기리는 임진 동래의총, 금산 칠백의총, 또 만명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남원 만인의총 등이 세워져 지금까지도 후손들에게 그 지역의 자부심이자 훌륭한 역사로 남겨져 있지만, 무려 7만의 넋이 서려 있는 진주성에는 400년이 넘도록 의총 하나 제대로 세워지지 못했으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반만년 우리 역사 전체를 통틀어 단 한번이라도 도시 전체가 이토록 처절하게 싸운 적이 있었는가. 그래서 진주 7만의총 건립은 단순히 건축물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돌을 나르고 화약을 날랐던 아이들, 전장에 나섰던 장정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게 자리를 지켰던 수많은 어르신들, 어린 병사들과 아낙네들. 이름 없이 죽어간 7만 사람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 진주 7만의총의 본질이란 말이다.

다행히 진주문화원의 애향심 있는 원로님들이 주축이 돼 7만의총 건립 서명운동을 전 시민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전통연극인 가부키에는 아직도 진주목사 김시민을 딴 무서운 모습의 캐릭터 ‘모쿠소’가 존재한다고 한다. 일본마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역사를 우리가 먼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7만의총 건립, 늦기 전에 나라가 앞장서 통곡의 한을 풀어주고 7만 생명을 이 시대 우리 가슴 속에 다시 살려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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