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경일시단
[주강홍의 경일시단] 빠져나간 자리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4.19  21:23:51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빠져나간 자리 (정다혜 시인)



설거지하다 그릇 속으로 그릇이 끼었다

세제를 넣고 부드럽게 달래 봐도

서로가 서로를 놓지 않는다

움직일 틈새도 없이 저리 오래 껴안고 있다니

나는 저 팽팽함이 두려워진다

꼭 낀 사기그릇 한참 만지작거리며 길을 찾다

하나를 살리기 위해 하나를 버린다

이것들 제 몸 부서질 줄 알고도

꼭꼭 끼어 있었단 말인가,

깨어져 한 그릇이 한 그릇에서 빠져나간 그 자리

그릇의 피가 흥건해진다

내가 살기 위해 너를 부셔내야 했던

어미의 옹이진 자궁이 그날처럼 핏빛이다

내게서 빠져나간 것이 나를 할퀴고 있다

-------------------------------------------------------------


 
*선택의 셈법은 언제나 어렵다, 팽팽한 긴장 끝에 이격의 결정은 상처와 통증을 수반한다.

끼어있든 그릇이든 어미의 자궁에서 분리되는 생명이던 또는 내 언저리에 기생하든 모든 것들은 밀착계수가 높을수록 더 아프다. 내게서 빠져나간 자리들이 모서리로 날카롭다. 시방 온 세상도 그렇다. (주강홍 시인)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