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 경남일보
  • 승인 2015.04.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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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임 (생비량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문정임
어느 작가가 어린 시절 작문시간에 책에서 읽던 문구 그대로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나라는 어지럽다’라고 썼더니 지서에서 조사를 나왔더라고 해서 한참 웃은 적이 있다. 그랬다. 언제나 백성의 살림은 곤궁하나 일부 계층에서는 넘쳐나서 문제다. 특히 권력과 돈의 관계는 서로서로 도와주고 살펴주다 수틀리면 낭떠러지로 등 떠미는 것과 같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인데 웬 참견이냐 할지 몰라도 정치는 알고 보면 우리의 삶을 가장 크게 좌우하고 빠르게 바꿀 수 있는 장치다. 그리고 힘 또한 세다. 반대로 부작용 또한 그에 걸맞게 크다.

강압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나 복구시기의 가난했던 시절에는 큰일을 한다며 잘못하는 것에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우리는 이제 세계 수준을 자랑하는 잘사는 나라다. 정치꾼이 아니라 경륜이 있는 정치가를 원한다. 청문회라는 제도를 두어 검증을 거치지만 그들이 그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대국민 앞에서 선서를 할 때 무엇에다 맹세하는지 궁금하다. 거룩한 그 무엇에다 진실을 서약해야 하는데 목숨 말고는 담보할 게 없다. 종교나 바이블도 번번이 지키지 않는 그들에 의해 신뢰가 깨져 버렸으니 국민정서에 끼친 해악만 해도 좋게 보아주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기득권을 누릴 때 관행이라 하고 법 안에서 정당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니 지식이 곧 독소인 셈이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무소불위의 전횡을 막을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 냈는데, 그건 비밀투표였다 한다. 전 시민이 국가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 보이는 인물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에 새겨 최고득표를 한 사람을 10년간 국외로 추방하는 이른바 도편추방제다. 오늘날 여론조사나 마찬가지라 하겠다. 다른 점은 여론은 그만큼 강한 집행력이 없을뿐더러 오늘날 이런 제도가 있다 해도 암암리에 적당한 속죄양을 정해 면피를 하고 담합된 멤버들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거라는 점이다.

롯데호텔에 초빙되던 성완종의 파티 멤버가 500명 가까이 됐다 하니 적어도 그분들 모두 집으로 돌아가 주신다면 참신하고 때가 덜 묻은 사람들과 새로운 정국을 꾸려가 보고 싶다. 제발 묵은 잎들은 추풍에 좀 떨어져 나가주면 좋겠다. 아니면 정말로 추상같은 엄벌로 낙엽을 내리치든가. 그러나 그 칼을 쥘 청렴한 자 뉘시며 그 서리 또한 봄날을 염두에 두고 있지나 않은지.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 거나.
문정임 (생비량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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