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리꾼 장사익의 공연을 보고
[기고]소리꾼 장사익의 공연을 보고
  • 경남일보
  • 승인 2015.04.27 16: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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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 (진주향교 전교)
지난 4월 25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소리꾼 장사익의 공연이 있었다. 가끔 TV에서 보기는 했지만 신나고 경쾌한 가요가 아닌, 늘어진 어쩌면 좀 청승스러운 노래 같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그냥 무덤덤하게 보고 넘긴 인물이었는데 뜻밖에 큰딸이 20만 원이나 주고 표 2장을 사와 내키지 않는 심정이었지만 집사람과 같이 떠밀려 갔다.

6열 VIP석에 앉아 무대를 보니 보통 이름 있는 가수들의 공연은 화려한 조명과 대형 악단들이 진을 치고 있어 웅장한 분위기가 위압하는데, 오늘의 무대 위에는 피아노와 기타, 색소폰, 드럼과 북, 꽹과리, 아쟁 등 극히 단조로운 악기들만 있어 좀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필자의 예상은 상상을 뒤엎고 감동 그 자체였다. 관객들은 사회자도 없이, 흰 무명 두루마기에 밝은 한줄기 빛을 따라 우리의 노래를 부르며 등장하는 장사익을 보고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첫 노래에 이어 “오늘 진주 공연을 위해 좀 일찍 내려와 스태프들과 함께 촉석루에 올라 진주의 봄을 만끽했다”는 그 꾸밈없는 말투는, 미사여구가 아닌 그냥 순수한 우리 이웃 아저씨였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에서 나를 비롯한 모든 관중들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박수와 함께 장사익에 매료됐다. 그는 진정한 우리의 소리꾼이었고, 진정한 교육자였고, 우리의 정신문화를 순화하는 선구자였다.

어머니를 엎고 산에 버리려 가는 불효자의 봄 구경, 꽃구경 대목은 진정한 부모의 사랑과 효 사상을 강조했고, 부모를 버리는 패륜의 세상을 냉철히 비판했다. 나라를 잃은 암흑세계에서도 우리의 독립을 염원하며 숨어 부르던 희망가는 모두가 목청껏 따라 부르며 민족혼을 일깨우는 웅장함과 애국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우리의 애환이 서린 ‘동백아가씨’와 ‘봄날은 간다’는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리며 감동을 연출했다.

노래도 노래지만 초라하다고 느꼈던 악단들의 연주는 치고 두들기고 천지가 개벽하는 듯 웅장하더니 때로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애간장을 녹이기도 했다. 아, 이것이 진정 우리의 소리였고 우리의 문화였다. 내키지 않은 감정으로 갔다가 감동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진정 우리것의 소중하고 값진 진가를 느꼈다.
심동섭 (진주향교 전교)
 
심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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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규 2016-02-14 19:10:58
우선 심동섭 진주향교 전교님의 호평에 사의를 전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사익 님의 제반 곡들을 감상하면서 많은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심동섭 님께서 제 가슴속 깊은 곳의 심사를 미사여구와 더불어 수준높은 문학적 표현으로 일관해 주심을 재삼 감사드립니다.

박관규 2016-02-14 19:10:08
우선 심동섭 진주향교 전교님의 호평에 사의를 전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사익 님의 제반 곡들을 감상하면서 많은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심동섭 님께서 제 가슴속 깊은 곳의 심사를 미사여구와 더불어 수준높은 문학적 표현으로 일관해 주심을 재삼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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