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 관한 명상 (이지엽 시인)
흙과 물이 만나 한 몸으로 빚어낸 몸
해와 달이 지나가고 별 구름에 새긴 세월
잘 닦인 낡은 그릇 하나 식탁 위에 놓여 있다
가슴에 불이 일던 시절인들 없었으랴
함부로 부딪혀 깨지지도 못한 채
숨 막혀 사려 안은 눈물, 붉은 기억 없었으랴
내가 너를 사랑함도 그릇 하나 갖는 일
무형으로 떠돌던 생각과 느낌들이
비로소 몸 가라앉혀 편안하게 잠이 들 듯
모난 것도 한때의 일 둥글게 낮아질 때
잘 익은 달 하나가 거울 속으로 들어오고
한 잔 물 비워낸 자리, 새 울음이 빛난다
* 흙이었다가 물이었다가 시간을 조제하여 잉걸불로 견딘 그릇하나.
물도 사랑도 둥글게 담그지는 식탁위에 앙징하다.
파편을 내재한 그러나 유순히 지킨 일상들이 한 잔의 물처럼 낮다.
함부로 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 게워진 빈자리. 울음이 채워져 있는 임자의 빈 그릇.
(주강홍 시인)
흙과 물이 만나 한 몸으로 빚어낸 몸
해와 달이 지나가고 별 구름에 새긴 세월
잘 닦인 낡은 그릇 하나 식탁 위에 놓여 있다
가슴에 불이 일던 시절인들 없었으랴
함부로 부딪혀 깨지지도 못한 채
숨 막혀 사려 안은 눈물, 붉은 기억 없었으랴
내가 너를 사랑함도 그릇 하나 갖는 일
무형으로 떠돌던 생각과 느낌들이
모난 것도 한때의 일 둥글게 낮아질 때
잘 익은 달 하나가 거울 속으로 들어오고
한 잔 물 비워낸 자리, 새 울음이 빛난다
* 흙이었다가 물이었다가 시간을 조제하여 잉걸불로 견딘 그릇하나.
물도 사랑도 둥글게 담그지는 식탁위에 앙징하다.
파편을 내재한 그러나 유순히 지킨 일상들이 한 잔의 물처럼 낮다.
함부로 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 게워진 빈자리. 울음이 채워져 있는 임자의 빈 그릇.
(주강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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