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 가꾸기
글밭 가꾸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4.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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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허표영
바야흐로 봄이 절정이다. 이때쯤이면 꽃구경도 좋지만 시기를 놓치지 않고 가꿔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농작물을 가꿔야 한다. 4월 말~5월 초는 고추, 가지, 오이, 호박 등 채소작물의 모종을 심을 적기다. 모종은 너무 일찍 심어도, 너무 늦어도 좋지 않다. 조그마한 텃밭이라도 가꾸려는 사람은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봄이 무르익을 때는 몸을 가꿔야 한다. 겨울동안 옴츠려 있던 신체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가벼운 체조를 하거나 산책도 좋다. 웬만한 공원에는 운동기구가 있고, 헬스클럽에 등록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등산, 골프 나서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봄이 다 가기 전에 마음가꾸기를 해볼 만하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고, 용서와 배려의 마음이 움트도록 다짐을 해본다. 얽힌 매듭에 연연하기보다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좋다. 공부든 친교관계든 멀리 보고 시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또 하나 가꿨으면 하는 것이 가정에서의 글밭 가꾸기다. 농사환경을 조성하듯이 글밭 가꾸기에도 사전 조성이 필요하다. 거실에는 전자제품 대신 책장을 비치하고, TV는 안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부모는 소파에서 책이나 신문을 자주 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글을 지어보는 습관이 생활화되도록 몸으로 가르친다. 동시나 산문을 써보는 것이 좋겠지만, 어려우면 일기나 기행문, 체험기 등을 작성하게 한다.

가족 글짓기 대회를 열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글을 짓기 위해서는 주제 정하기, 구성하기, 표현하기, 글 다듬기의 순서를 일러주어야 한다. 신품종이나 튼실한 모종을 고르듯이 우량도서를 찾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모종을 심어놓고 제초나 시비작업이 필요하듯이, 아이들의 마음에서 잡념이 사라지도록 바로잡고 다독거려주는 격려가 필요하다.

잘 조성된 글밭에서 자란 아이들은 커가면서 사고력이 깊어지고 상상력이 배양되며 논리적이 된다. 성장해서 논술고사도 잘 치르고, 자기소개서, 논문 작성에도 이때 갖춰둔 문장 실력이 큰 위력을 발휘한다. 절대 후회되지 않는 밭 가꾸기다.

농작물은 정직하다. 뿌린 씨앗대로 싹이 트고, 애써 거둔 만큼 소출이 난다. 지금 모종을 심지 않으면 거둘 수확이 없다. 집안에서 가꾼 글밭에도 실망하지 않을 만큼의 수확이 기대된다.


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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