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전설
[이준의 역학이야기] 전설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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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지진 참사로 전 세계가 비통한 가운데 또 다른 지진과 화산 폭발 소식이 계속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까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전과는 달리 지진파가 빈번하게 관측된다고 한다. 그동안 지진과 무관하게 계획되어 왔던 우리나라의 도시설계와 건물구조를 되돌아 볼 때 만약 네팔과 같은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였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기우(杞憂)도 하여 본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화산폭발과 지진들은 이른바 ‘불의 고리’로 일컫는 태평양 주변국가 지역들에서 자주 발발하고 있다. 이 환태평양 조산대 멘틀 대류의 여파로 전 세계의 대륙판이 움직인다면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천지개벽’이 한꺼번에 일어날 것 같기도 하다.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예언들이 전설로 전해져 온다.

숱한 난리와 하늘과 땅이 뒤바뀐 천지개벽 이후에 만국의 평화가 구축되고, 그 중심에 한(恨)을 승화(昇華)시킨 한민족이 자리 잡게 된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이런 조짐으로 동해안 백리를 화산재가 덮고 물이 범람하여 잠기며, 서해 바다가 솟아올라 한반도의 영역이 넓어진다는 믿기 어려운 소리가 있다. 탄허 스님도 정역을 해석하면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물의 범람과 뜨거운 불길로 일본이 침몰하게 된다고 예언하고 있다.

이런 전설들은 대체로 화산폭발과 대지진에 관련된 것들이 아닌가 한다.

또한 말세의 상서로운 조짐으로 흰색의 새, 동물, 물고기, 식물, 해조류 등이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백화현상은 자연현상 자체만으로 볼 때 이상 현상으로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시대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로 흰색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길조(吉兆)로 치부한다. 이런 백화현상은 지구 온난화, 각종 전자기기의 사용과 전파 등에 의한 이상기후의 영향이 아닌가도 여겨진다.

어떻든 전설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한민족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징후로 천재지변 지진 등이 나타나고 이상한 백화현상들이 있을 것임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징후들이 지금 세계 도처에서 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현실적으로 미국과 일본은 더욱 견고하게 밀착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북한과 더 가까운 중국과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 우리와 직결되어 있다. 또 지금까지의 산업구조와 생산양식으로는 더 이상 국민생계와 국방을 튼실하게 유지시키기 어려워져 가며, 서민들의 행복추구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가들도 이제는 허물어져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중산층’이란 말 대신 ‘생산자’ ‘납세자’ ‘소비자’ 등 대체할 다른 말을 탐색하고 있다. 국제 경기가 그만큼 어렵고 지난하다는 뜻이리라.

이러한 국제 경제정세를 생각한다면 전설의 바람을 타고 기분 좋게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예언들은 어이없는 빈 바람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같은 얇디얇은 속인들이 어찌 알 수 있으랴.

못난 후손들을 그리도 아끼고 사랑하여 지극정성으로 예언의 기틀을 마련한 조상님의 지극한 혜안과 민족적 준비를. 몽고침략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칼과 방패보다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부처님의 힘을 빌어 넘기려는 어이없는 발상과 심오한 뜻을. 비록 만반의 준비는 하였다고 하지만 그 갑갑한 심중을 어쩌지 못해 천지신명께 빌고 점을 쳐 행로를 결정하였던 이순신 장군의 심정을….

옛 선인들은 지진과 이상기후, 무지막지한 신형살상무기, 국가 간의 이합집산, 경제난, 기토(己土)인 서민들의 갈증…. 이런 보이는 것들에 쫄지 말고, 오히려 초연하여 그 옛날 하늘빛처럼 투명한 민족적 긍지를 기어코 잃지 말라는 위로로서 웅장한 말세의 예언을 전설로서 남긴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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