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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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은 강정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해삼은 조개도 아니고 어류도 아닌 극피동물(棘皮動物)에 속한다. 가시 극(棘) 자와 껍질 피(皮) 자가 의미하는바 껍질에 가시가 돋은 동물이라는 뜻이며, 불가사리나 성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불가사리나 성게에는 가시가 있는데 해삼은 왜 가시도 없고 뼈가 없는 것처럼 물렁물렁한가? 그렇다. 해삼의 가시는 퇴화되어 없어졌고, 뼈는 작고 연한 수많은 골편(骨片)이 체벽 속에 매몰되어 있어 뼈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해삼이라는 이름은 인삼에 필적할 만큼 사람 몸에 좋다고 하여 ‘바다의 인삼’, 곧 해삼(海蔘)이라고 하는데, 허균(許筠)의 「도문대작」에는 ‘해삼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옛날 이(泥)라고 불렀고’라는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해삼의 순수한 우리말 이름은 ‘이(泥)’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예부터 전복과 담치 그리고 해삼을 매우 귀하게 여겨 삼화(三貨)로 대접하였으며, 중국에서는 해삼을 동해남자, 홍합은 동해부인이라 하여 각각 남성과 여성을 상징할 때 비유적으로 쓰여 왔다. 그런가 하면 서양에서는 오이처럼 생겼다 하여 바다 오이(sea cucumber), 한자 문화권에서는 낮에는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한다 하여 해서(海鼠, 바다쥐)라고 부른다.

원통형으로 길쭉하게 생긴 해삼의 크기는 20~30cm 정도이나, 큰놈은 5m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하니 정말 놀랄만하다. 먹이 섭취는 입 주위의 촉수를 이용하여 모래, 진흙 등을 입에 넣어 해조류 등의 유기물을 먹으며 살아간다. 먹이 섭취를 위해 마치 바다 밑의 쓰레기를 쓸고 다니는 것처럼 보여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이 있다. 해삼은 색깔에 따라 홍삼, 흑삼, 청삼 등 3가지로 구분하나 이들은 사실 같은 종(種)에 속한다. 학자에 따라 의견차는 있으나 대체로 보아 분포지역이나 서식환경에 의한 생태적인 형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즐겨 먹는 먹이와 서식처에 따라 표면의 색깔이 달라진다. 즉, 외양에서 바위에 부착된 홍조류(紅藻類)를 주로 먹고사는 놈은 붉은색을 띠게 되고, 내만에서 펄 속의 유기물을 주로 먹고사는 놈은 암녹색 내지 암흑색을 띤다. 특히 홍삼을 선호하는 것은 몸에 좋은 홍조류를 섭취하고 또 수삼을 가공해서 만든 홍삼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 해삼은 강정효과가 뛰어난 식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런 효능이 있는지? 막연히 외형을 보고 구전된 것은 아닌지? 과학적으로 볼 때 이 이야기는 꽤 근거가 있다. 해삼에는 코드로이틴 황산(Chondroitin sulfate, 연골을 중심으로 하여 동물의 결합조직에 분포하는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의 일종)이라는 기능성이 뛰어난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 물질은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뼈의 형성을 도우며, 체내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성인병 유발을 방지해 주고, 혈행을 개선하여 강정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다. 사람은 나이에 따라 체내 콘드로이틴 황산의 함양차가 심해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콘드로이틴 황산이 많으나 반면에 나이가 들면 그만큼 감소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이것이 어쩌면 이를 증명하는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 한방에서 해삼은 오장육부의 기능을 강화하므로 임부가 먹으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정력의 지구력을 원하는 남성에게는 신(腎)을 보강하여 노쇠하지 않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해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남자에게는 정력에 좋고, 여자에게는 임신 중 몸을 보(補)하고, 태반을 튼튼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이런 연유로 임신한 며느리를 위해 시아버지가 시골 장터에서 해삼 몇 마리를 사서 볏짚에 묶어 이곳저곳 볼일을 다 보고 집에 와 보니 해삼은 없고 볏짚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이 사실을 과학적으로 풀이하면, 볏짚에는 고초균(枯草菌)이 존재하기 때문에 볏짚으로 해삼을 싸면 이 균들이 해삼에 자동 접종되어 짧은 시간에 급속히 생육하게 된다. 그러면 해삼은 액화되어 없어진다. 이 원리를 유용하게 이용한 것이 홍어를 숙성시키거나 혹은 청국장을 발효시킬 때 볏짚을 넣어 발효를 촉진시킨다./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해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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