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추억의 옹달샘
[교단에서]추억의 옹달샘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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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지난 스승의 날, 편지와 전화로 전해주는 제자들과 학부모들의 기쁜 소식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 왔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해마다 챙겨주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참으로 고맙다. 5월에는 각종 기념일, 공휴일이 많아 만남의 축제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동창회 날이면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죽마고우를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마치 유년시절로 돌아간 듯 세월의 뒤안길을 훌쩍 뛰어넘는다. 훗날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동창회에서 만날 때, 긴 밤을 지새우며 자꾸만 퍼 마셔도 마르지 않는 추억의 옹달샘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1980년대에는 50명이 넘는 아이들이 좁은 교실에서 살을 부비며 지냈는데도 큰 싸움 한 번 일어나지 않았고,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먼 길을 걸어서 학교에 오가는 동안 함께 노래도 부르고 힘든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며 자연스레 우정이 깊어져 갔다. 점심시간이면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도시락을 펴놓고 반찬을 나눠 먹으며 재미난 이야기에 웃음보를 터뜨리곤 했다. 방과후 학교 앞 개울에서 돌을 들춰가며 송사리를 잡다가 옷이 젖으면 냇물에 풍덩 뛰어들어 멱을 감던 아련한 추억들이 많다. 공유거리가 많으니 단합이 잘 되고 모임도 잘 이뤄져 믿음과 우정이 긴 세월의 물살에도 깎이지 않고 잘 이어져 가는 것이다.

삼장 제자 중 쌍둥이 형제가 있다. 어느 날 두 형제에게 받은 편지가 무려 15장이나 되었다. 페이지마다 삽화를 그려 넣었는데, 형인 재일이는 책상에서, 동생인 재춘이는 형이 볼까봐 이불을 둘러쓰고 썼다는 추신을 보고 놀랐다. 형제요, 친구로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열심히 공부한 결과 둘 다 꿈을 이뤄 사회에 봉사하며 향기로운 삶을 살고 있다. 특별히 잘해 준 것도 없는데 해마다 스승의 날을 잊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찾아와주는 정성에 어찌 보답해야 할지 제자들에게 받은 사랑의 빚이 겹겹이 쌓여 간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포숙아와 관중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믿어주고 이해하며 감싸주는 좋은 벗이 되도록 원만한 교우관계 형성을 위한 지도방안을 강구해야겠다. 모든 제자들이 장점은 본받으려 애쓰고 단점은 진심어린 충고로 보완해주며 친구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더욱 진취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누렸으면 한다.
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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