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다초점 시대의 진주
[객원칼럼] 다초점 시대의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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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진주가 도시로서의 성격을 가진지는 천년을 훌쩍 넘긴다. 1924년 도청이 부산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진주는 명실공히 경남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도시였다. 특히 침략을 일삼았던 일본에 대한 전략적 방어 요충지로서의 의미는 매우 컸다. 일제강점기 이후 진주는 군사도시로서의 가치를 사실상 잃어버렸고 도시 중심은 안산이라고 불렸던 진주성 안에서 외곽으로 점차 옮겨오게 됐다. 그리하여 원래 진주객사가 있던 현재의 진주 중·고등학교에서 진주교 사이의 지역이 가장 핵심구역으로 부상했다. 중안동, 본성동, 계동 등을 중심으로 한 구 도심지역은 1960년대에 시행된 장대지구나 대안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 등으로 근·현대적 모습으로 확장되고 정리됨으로써 최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부터는 상평지구, 신안·평거지구, 가좌·호탄지구, 초전지구 등이 급성장했고, 진양군과의 통합으로 문산, 금산, 명석 등이 편입되면서 진주의 도시 공간적 구조는 점차 다양해져 가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정촌단지나 경남혁신도시가 완공되면서 진주는 하나의 핵을 가진 ‘단핵도시’에서 여러 개의 핵으로 구성된 소위 ‘다핵도시’로 변모하게 됐다. 초점형이라고도 부르는 단핵도시는 도시의 행정, 입법, 사법, 업무 등의 모든 활동이 하나의 중심부에 집중된다. 이에 반해 다핵도시는 다초점을 가지면서 기능면에서도 복합성과 연합성을 띠게 된다. 이처럼 진주도 중심적 역할을 하는 시청, 법조타운, 공연장, 대학교, 금융, 업무시설 등이 한곳에 집중돼 있지 않고 여러 지역으로 흩어지게 됐다.

다초점화된 진주의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각 핵 간의 관계성 모색이다. 예를 들어 최근 조성된 경남혁신도시와 구도심 간의 조화와 차별성을 동시에 엮어내는 문제이다. 이러한 연결의 끈이 없으면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고, 이는 진주 발전의 악재로 남을 것임이 틀림없다.

본토박이와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과의 관계설정도 중요하다. 도시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진주 사람들의 보수성은 매우 강하다. 최근 정촌 단지나 혁신도시로 이전한 사업체나 회사들은 입주과정에서 경험한 진주 사람들의 배타성과 보수성에 대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주 기업직원들은 주말에 가능하다면 가족이 있는 서울 등으로 도망갔다 오다시피하는 풍속도를 연출하고 있다. 우리와 대조적으로 전남 나주에서는 혁신도시 이주 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에게 환영의 떡을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진주지방에 유사 이래 최고의 유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 입주기업들에게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지를 잘 시사해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21세기의 진주는 교육, 문화, 소비 성향이 두드러진 중소도시라는 이미지를 넘어 대한민국 건설분야 대표 공공기업이 입주한 글로벌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항공, 농공, 아울렛, 서부 도청사 등의 새로운 도시 기능이 확장돼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옛것을 존중하되 새것을 받아들여 진주의 큰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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