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두번 울리는 재탕 근조화환
상주 두번 울리는 재탕 근조화환
  • 강진성·오태인기자
  • 승인 2015.05.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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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만 뗀 채 그대로 가져가=17일 오전 8시 30분 진주시 칠암동 경상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천막 짐칸이 달린 포터차량이 장례식장 뒤편으로 들어온다. 조금 후 한 고인의 발인이 시작되자 몇 사람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1층 분향실 복도에 있던 3단 근조화환은 차량이 대기중인 작은 공간으로 하나씩 옮겨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화환에 달린 리본을 떼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화환이 훼손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차량 짐칸에 올려졌다.

오전 9시. 포터차량은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강변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9시 15분께 포터차량이 도착한 곳은 진주시 외곽의 한 작업장. 간판도 없는 가건물 바로 앞으로 반듯하게 주차했다. 이어 장례식장에서 가져 온 화환은 작업장 안으로 향했다. 어림잡아 20개에 이른다.

진주지역에는 이 업체를 포함해 10곳 정도가 화환을 재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대병원 장례식장의 경우 하루 배출되는 화환이 많을 경우 100~200개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장례식장에서 배출된 화환은 꽃은 버리고 꽃대만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재사용 된다. 화환이 많을 경우 1t 트럭 한대당(화환 약 30개) 10~15만원선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재사용되나

화원업계에서는 재사용 화환을 ‘재탕 화환’으로 불린다. 결혼 등 축하용 화환에 비해 근조용 화환이 주로 재사용된다. 대나무로 제작된 ‘꽃대’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꽃대는 새것이 5000원, 중고는 2000원선이다. 업계에서는 경상대병원 장례식장의 경우 한달 평균 1000개의 조화가 들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문에 꽃은 버리고 꽃대만 팔아도 돈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화환은 장례식장 안에서 꽃을 분리해 버려야 하지만 대부분 화환 그대로 수거된다. 꽃대만 수거하는 업체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수거된 화환은 시든 꽃만 버리고 새꽃으로 재단장 된다. 수거된 화환가운데 싱싱한 꽃만 조합해 새 것처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재탕업체는 인터넷 꽃집이나 일반 꽃집에 납품된다. 재탕 화환은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꽃집에 납품되는 도매가격은 저렴한 것은 3만5000원, 상태가 우수한 것은 5만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것은 꽃 상태가 하급이다. 장례식장에 배달된 꽃이 싱싱하지 않고 시든 것은 대부분 이런 경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이 쓴 꽃 좋아할 유족있나

재탕 화환은 꽃을 받는 유족에게 또다른 상처가 된다. 한 유족은 “화환을 다시 쓰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많은 꽃이 재사용되는 지 몰랐다”며 “다른 상가집에서 썼던 꽃이 나에게 배달된다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꽃집이 유족의 슬픔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전했다.

꽃을 보내는 사람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 고객관리 차원에서 자주 조화를 보낸다는 한 보험 영업사원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조화를 주문하지만 대부분 재사용된 것인 지는 몰랐다. 장례식장에 가면 가끔 상태가 좋지 않은 조화를 본다. 내가 보낸 조화도 그렇지 않았는지 마음이 편치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세꽃집 죽이는 재탕화환

근조용 화환은 꽃집의 주요 소득원이다. 꽃값의 35%정도를 마진으로 보고 있다. 새 재료를 이용해 만들경우 최소 9~1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 꽃집 관계자는 “재탕화환은 소비자에게 싼 값에 공급될 지 몰라도 화원업계 질서를 교란시킨다. 정직하게 만드는 영세업체만 몰락하는 구조다”고 말했다. 또 “이런구조는 화훼농가에도 피해를 준다. 이로인해 업체들이 가격경쟁을 하게되면 소비자들은 더더욱 상태가 좋지않은 재탕 화환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손님들이 싼 화환을 찾다보니 일반꽃집에서도 재탕 화환의 유혹을 받는다. 결국엔 몇몇 재탕업체와 인터넷 꽃집만 이득을 보게 된다”고 전했다.

화원업계에서는 20년째 제자리인 꽃값도 불만이다. 한 꽃집 주인은 “꽃값만 안올랐다. 내가 꽃집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조화 가격이 똑같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재탕 화환이 가장 큰 이유다”고 했다.

◇계약권리 거래 의혹도

화원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단장식 계약업체는 입찰만 따낸 뒤 다른 업체에 넘기기도 한다”며 “수천만원에 매매가 이뤄진다고 알고 있다”며 계약권리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폐기해야 할 화환도 업체끼리 매매가 이뤄진다. 차량당 10~15만원을 받고 가져간다”고 했다.

장례식장은 제단장식 계약업체가 타 업체에 권리를 넘기거나 위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경상대병원장례식장의 경우 납품업체가 계약권리를 제3자에게 담보설정·대여·매매·위탁·대리 및 교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진성·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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