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조화, 재탕되지 않은 꽃 맞습니까?
그 조화, 재탕되지 않은 꽃 맞습니까?
  • 강진성·오태인기자
  • 승인 2015.05.1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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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되지 않는 조화(弔花) 재사용…제보받고 수일 걸쳐 취재 확인
내가 보낸 조화(弔花)가 이미 다른 빈소에서 사용됐던 꽃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근조용 화환 재사용이 수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거론돼 왔지만 진주지역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17일 경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리본만 제거된 3단 조화가 업체 작업장으로 그대로 옮겨지는 모습이 본보 취재진에 포착됐다.

취재진은 진주지역에서 ‘재탕 화환’이 성행한다는 제보를 받고 수일에 걸쳐 취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오전 9시께 3단 조화를 실은 차량은 진주시 외곽의 한 작업장으로 향했다. 조화는 그대로 작업장 안으로 옮겨졌다. 이 작업장은 지난 14일 본보 취재당시에 옮겼던 작업장과 같은 장소다.

사용된 조화를 재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버젓이 이같은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경상대병원의 ‘제단장식 및 꽃 공급계약’ 특수조건에 따르면 발인 후 수거된 꽃은 반드시 병원내 지정된 장소에서 꽃봉오리를 분리해 재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 재유통할 경우 계약해지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계약조건은 유명무실에 가깝다.

업체 관계자들은 화환 리본과 꽃 일부만 처리하는 시늉만 할 뿐 트럭에 그대로 실었다. 일부 화환은 리본만 제거된 채 통채로 옮겨졌다. 이과정에서 장례식장 관리실은 어떠한 감시나 제지가 없었다. 공공기관인 경상대병원이 계약업체 관리에 허점을 보이는 대목이다.

진주시내 한 꽃집 관계자는 “장례식장에서 가져간 꽃은 시든 꽃만 교체한 뒤 재탕된다. 그중 상태가 좋은 화환은 새것과 비슷하게 꽃집에 다시 공급된다”고 말했다. 그는 “진주지역에 400여곳의 꽃집이 영업중인데 이와 같이 재탕하는 업소와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며 “재탕화환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은 물론 영세한 꽃집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은 재사용된 화환을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 입장이다. 하재준 부산 농협화훼공판장 경매사는 “재사용 된 꽃을 일반인이 구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례식장에서 재사용 화환을 받지 않는 노력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대해 경찰 관계자는 “재사용된 꽃을 다시 소비자에게 새 것처럼 되판다면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통영에서는 근조용 화환을 수거한 뒤 재생산해 판매한 화환 제작자 2명과 꽃집 운영자 11명 등 13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광주, 대전, 울산 등에서도 재탕화환으로 수억원을 챙긴 유통업자와 업주들이 사기죄로 입건되기도 했다.

강진성·오태인기자



 
17일 오전 진주시의 한 화훼유통업체가 경상대학교병원장례식장에서 가져온 근조용 화환 꽃봉오리를 처리하지 않은채 자신의 작업장에서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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