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기계산업의 부활을 꿈꾸며
[객원칼럼]기계산업의 부활을 꿈꾸며
  • 경남일보
  • 승인 2015.05.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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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화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김태화

현 시점의 실물경제를 즉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소비지수를 파악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 등과 같이 공산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경우,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업체를 제외한 기존업체들은 수주물량의 증가에 비례해 공장건물을 신축하거나 신규라인 증설 등을 추진하기 때문에 증가하는 수주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장비와 설비를 구매하게 되고, 이를 통해 관련 시장이 활성화된다. 이런 필수장비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CNC공작기계다. CNC공작기계는 항공기나 자동차, 선박 등 기계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품이나 부품을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제어 방식으로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계를 말하는데, 제조현장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장비 중 하나로, 관련 기술의 집적도와 장비 보유량 그리고 판매량 등은 자동차 시장과 기초 기계산업의 흥망을 점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내수시장에서 CNC공작기계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형 CNC공작기계를 대상으로 제어장치와 서보모터를 교체해주고 기존 장비의 가동률을 극대화시켜 현장에서 사용중인 장비 성능을 개량시켜주는 레트로핏 전문업체들마저 수년 전부터 일감이 줄어들어 하루하루 겨우 풀칠만 하고 있다는 자조 어린 농담을 나누고 있는 실정이다. IMF 때에도 신규설비 투자가 없는 대신 사용중인 장비의 성능개량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고자 했던 소규모 자영업자들로 인해 레트로핏 수요만큼은 유지됐던 때가 있었는데, 현 상황은 공작기계 관련 투자 전부가 얼어붙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 상황이 70년대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창원지역의 현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CNC 공작기계 사용량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엔진관련 부품이기 때문에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수소자동차나 전기자동차의 실용화나 수입차 증가와 무관치 않은 일이며, 내수부진과 수출감소에 따른 도미노효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국가들은 공작기계 시장이 축소됐는가. 정답은 ‘그렇다’도 아니고 ‘그렇지 않다’도 아니다. 미래에 대비해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업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선택과 결합을 택함으로써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인 것이다. BMW가 왜 복합소재 회사를 인수했는지, 벤츠가 왜 ICT회사와 컨소시엄을 맺었는지, Honda가 왜 자립보행 로봇개발에 10년 이상 투자했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유럽국가들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새롭게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Industry 4.0’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우리도 깨어나야 할 때가 왔다. 자극을 통해 조만간 창원에서 생산되는 CNC공작기계가 ‘Smart Factory’의 구성원이 되는 그날, 아마 창원이 새롭게 부활하는 날이 아닐까. 창원을 중심으로 하는 기초기계 기반산업의 내실화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항공산업 발전과 절대로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태화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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