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상업운전 '밀양 송전탑'…희망송전 시동
내달 상업운전 '밀양 송전탑'…희망송전 시동
  • 양철우
  • 승인 2015.05.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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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사업 갈등 딛고 마무리

한국전력이 전력부족을 조기에 해소하고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지난 2008년 8월부터 추진한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사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밀양 765㎸ 송전탑’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 경남 울주군·기장군·양산시·밀양시·창녕군 일원의 5개 시·군에 걸쳐 총연장 90.5㎞에 161기 철탑을 건설하는 이 사업은 밀양지역에서만 69기의 철탑이 집중되면서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11차례나 공사가 중지 됐고 3년의 공기가 지연되는 등 격량의 시간으로 점철돼 아예 ‘대명사’가 되다시피 해서다. 심지어 대통령에서부터 국무총리, 해당 장관까지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나서기도 했던 밀양 송전탑. 이를 통해 정부와 한전은 많은 시간과 돈을 잃었지만 주민들의 입장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었고, 주민들은 이른바 ‘밀양법’인 ‘송변전설비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재정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제 험난했던 여정을 마쳤다. 2010년 12월 준공예정시기보다 3년이나 늦었지만, 지난해 12월 공사 완료와 시운전을 거쳐 올해 상반기에 마침내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 밀양시 단장면 765 송전철탑 건설 완공 모습


◇갈등 해소는 소통으로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2000년 1월 제5차 장기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고 2001년 한전이 송전선로 경유지와 변전소 부지를 밀양으로 선정,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하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8년 8월 첫 삽을 뜨기 전부터 환경운동단체들과 해당 지역 일부 주민들은 건설계획 백지화와 경과지 변경을 주장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도 한전은 갈등 해소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였다.

2013년 8월 5일 발족한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는 경과지 주민들에게 지원하게 될 지역지원 사업비의 규모와 방식, 태양광 사업 등 핵심 사항에 대해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갈등을 해결해나갔다. 협의회는 28 차례의 본회의와 49 차례의 실무협의 등을 거쳐 지역 특수보상사업비 중 마을별 지원 금액의 최대 40%까지는 세대별 균등 배분, 밀양 지역에 대한 한전의 지역특수보상비가 합의(185억 원), 5개면 농산물 공공판매시설 건설(70억 원), 주민들이 참여하는 밀양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성과 등 합의를 도출했다.

이외에도 한전은 착공 후 주민대표와 500여회, 마을대표 1000여회, 종교단체와도 협의를 진행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밀양지역 갈등조정위원회’에서 보상제도개선 추진, 대정부 건의, 국회 공청회 개최, 밀양 특별대책본부 운영, 국회의원 주관 한전-주민 간 토론회, 밀양 송전탑 해결을 위한 5개면 주민대표위원회 결성, 전문가 협의체 운영 등 다각도로 갈등 해소를 노력을 기울였다.

한전 관계자는 “국가나 공기업이 시행하는 사업이라도 치밀하고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무엇보다 현지 지역의 주민들 곁으로 다가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되새겼다.

 

▲ 한전이 송전탑 경과지인 단장면 평리마을에서 미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정성과 아름다운 상생으로 마무리


4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한 마을은 반대가 극심해 처음엔 마을회관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었으나, 2013년 여름 한전 직원들이 석 달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방문하자, 한 할머니가 “평상에 쉬었다 가라”고 말한 계기로 이 마을을 포함해 밀양 지역 경과지 마을 30개 중 29개 마을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전의 진정성이 가지고 주민들과 접근한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한전은 또 아름다운 상생의 길을 걸었다. 경영진들은 수시로 밀양에 내려가 현안을 살피고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가족과 함께 밀양을 찾았다. 농번기 비닐하우스 교체와 대추·감 등 특산물 수확 일손 돕기,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개설해 농특산물 판로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 밀양 경과지 마을 이동 진료, 안과 질환 진료 81명, 안과 수술 50명, 위장 및 대장내시경 검진 130명 등 주민들을 위한 의료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쳤다. 나아가 밀양 주민을 위한 ‘사랑의 에너지 전도사’ 자청하며 도배·장판 교체, 옥내 전기설비 점검 및 고효율 조명기기 교체, 경과지 15 가구에 고효율 조명기기 무상 설치, 시각장애 어르신들의 개안치료비 지원 등 주민들과의 끈끈한 정을 만드는 일은 계속됐다.

 

▲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농촌일손돕기 지원에 나선 한전 직원들


2012년 12월 한국전력공사 수장에 오른 조환익 사장은 취임 직후 밀양송전탑 대책본부를 만드는 등 밀양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조 사장은 밀양 현지를 무려 40회 넘게 찾아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밀양 시민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을 통해 2013년 5월 10대 행동요령을 만들어 시행했다. 크게 나눠 보면 주민 안전, 주민 존중, 상호 신뢰, 품질 환경, 준법 공사 5가지 타이틀로 주민들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소통하며 상호 신뢰 속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엄격히 법을 준수하는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한전은 밀양 지역 뿐 아니라 앞으로 여러 지역에서 송전탑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밀양 송전탑 공사는 매우 험난하고 힘들었지만, 결국은 아름다운 마무리로 끝을 맺게 됐다.

한전 대책본부 관계자는 “밀양 송전탑의 숱한 경험들을 반면교사 삼아 한전은 국민의 곁에서 늘 함께 하는 성숙한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양철우기자 myang@gnnews.co.kr

 

▲ 신고리~북경남 765 송전선로 철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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