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야초·효소 연구가 전문희씨
지리산 산야초·효소 연구가 전문희씨
  • 곽동민
  • 승인 2015.05.25 18: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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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떠나보낸 마음에 산야초 피운 20년
 
전문희씨가 펴낸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효소 이야기’ 책 표지 사진.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촬영한 사진으로 전문희씨에게 제공 받았다.
전문희 산야초 연구가는 식사를 마친 손님들에게 직접 채취한 산야초로 만든 발효차를 대접한다. 그는 우리땅에서 난 우리 차를 일상에서 다반사로 마셔야 한다고 말한다.


“아따, 뭘 보자마자 자꾸 물어~ 와서 차 부터 한잔해요~잉.”

화장기 한 톨 없이도 말간 얼굴에 동글동글한 사슴같은 눈망울을 한 산골 아낙이 진한 전라도 사투리에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인사를 건네 온다.

사진으로 봤던 이미지와 퍽 달라 놀랐지만 이내 데면데면한 마음이 풀어지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마냥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진다.

취재를 좀 하쟀더니 손사래를 치며 “손님들이 오신다고 해서 아침에 산에 다녀왔다. 어울려서 같이 밥이나 먹자” 한다.

5월.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 천왕봉 자락에서 20년을 산야초 아낙으로 살아온 산야초차·효소 연구가 전문희(54)씨를 만났다.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의 산’을 찾다

산야초를 차와 효소로 개발하고 지리산건강학교를 운영하는 전문희씨. 이미 산야초 차와 산야초 효소를 주제로 3권의 책을 펴내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산야초 연구모임을 개설해 언론과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그녀는 젊은 시절 촉망받는 통기타 가수로, 인테리어 사업가로, 패션 모델로도 활동했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그녀에게 삶의 전환점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임파선 세포 상피암이라는 어머니의 병환 소식. 수술도, 그 어떤 치료도 소용 없었다.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어머니의 남은 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그 길로 낙향해 어머니를 구완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제대로 달리기조차 못했던 가느다란 여인이, 자신의 표현대로 ‘미친년’ 마냥 몸에 좋다는 약초를 찾아 산을 오르고 골을 헤맸다. 산야초도 그 때 알았고, 자연치료도 공부했다.

그러기를 3년 6개월. 어머니는 현대의학이 정한 기간보다 더 오래 이생에 머무르셨지만 거기까지었다. 봄이 찾아오는 계절, 세상 전부였던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돈도 명예도, 결혼도 필요 없었다.

어머니가 그리워 ‘어머니의 산’을 찾았다.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으로 ‘사람 살리는’ 산야초 차와 효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벌써 20년이 됐다.



 
취재 당일 아침. 갑작스런 손님의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전문희 연구가는 직접 산야초를 채취하러 나섰다. 사진은 전문희 연구가가 채취한 산야초로 만든 산야초 뷔페 상차림.


◇뿌리·줄기 등 버릴 것 하나 없는 산야초

산야초는 잎·줄기·뿌리·열매 모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비타민·미네랄은 물론 항노화·항암효과가 풍부하다.

그 중에서도 100여 가지 새순을 따서 만든 백초차는 산야초의 백미다.

곡우 전에는 어떤 잎을 따도 독이 없고, 약성이 뛰어나다. 그녀는 차를 덖을 때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비비는 ‘구증구포’ 전통 제다법을 고집한다. 처음 딸 때의 찻잎 향과 아홉 번 덖은 손의 차향이 같아야 제대로 된 차다. 그래서 구증구포로 만든 차는 몇 번을 우려내도 첫 맛을 잃지 않는다고 한다.

아홉 차례 덖은 차를 다시 황토방에 널어 하루를 말리고 봉지에 담아 서늘한 곳에서 일주일 숙성시킨다. 마지막으로 맛내기 작업인 향 덖음을 두 시간 정도 추가한다.

그 과정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차를 만드는 과정인 구증구포는 스님들이 수행의 한 방편으로 삼았다고 하니 인고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좋은 차가 나오는 것일 게다.

지리산이 키우는 산야초를 따와 효소도 만들고 있다. 100여 가지의 ‘초·근·목·피·실·화’를 계절별로 따 모아 설탕을 넣어 발효시킨다. 넉넉한 항아리에 조금씩 모아온 효소들은 어느새 지리산에 머문 세월만큼 숙성됐다.

그녀는 “사람은 누구나 몸속에 효소를 지니고 있고 스스로 만들어 낸다. 하지만 온갖 인스턴트 식품과 공해,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 독소를 중화시키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사람들이 제발 그런 안 좋은 것들로 부터 떨어져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연 향한 배려 없는 상술 견제해야

누가 먹어도 몸에 좋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고집스레 차와 효소를 만들다 보니 유명세 만큼 돈벌이는 안된다. 아니 돈을 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의심하며 근거 없는 비난을 쏟는 이들도 있었단다.

몸에 좋은 차와 효소를 만들겠다며 세속을 피해 천왕봉 자락까지 들어왔건만 세상은 여전히 살아내기 만만찮았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다소 지쳐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산야초 차·효소 개발자로 이름을 알린 만큼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먹고 살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지 돈 벌겠다고 만든 적은 없다. 그런데 일부 ‘꾼’들이 돈이 된다니 제대로 영글지도 않은 산야초 새순을 싹쓸이 해가는 바람에 산이 몸살을 앓는다. 이래선 안된다. 산도 병들고, 우리 후손들이 먹을 좋은 먹거리마저 사라진다. 건강하자는게 아니라 다 죽자는 거다”

언제 한숨을 쉬었나 싶게 삿대질까지 해가며 열변을 토한 그녀는 탁자를 한 번 ‘탁’ 치더니 이제 더 할 말 없단다.

자식처럼 돌본 19년 묵은 효소를 올해 처음 항아리에서 꺼냈다며 잡숴보라 권한다.

그 한 잔에 그녀의 인생과 고집. 철학. 그리고 지리산이 다 담겨 있었다.

‘어머니의 산’이 내놓은 한 모금의 ‘젖’이었다.


곽동민기자 dmkwak@gnnews.co.kr



 
산야초 연구가 전문희씨.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천왕봉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전문희씨에게 제공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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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23-08-31 01:58:31
전문희.지리산을 이용한 사기꾼.구레 농평마을 망쳐놓더니 산청으로 도망갔군.더이상 지리산 더럽히지 말라.전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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