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말
쓸데없는 말
  • 경남일보
  • 승인 2015.05.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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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
이홍식
속담에 ‘말이 고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 온다’는 말이 있다. 말 잘하고 욕먹는 일은 없다. 같은 말이라도 억양이나 분위기 따라 좋게도 들리고 싫게도 들리는 것이기에 말은 될수록 분명하되 부드러워야 하고 하지 않아도 될 말은 안 하는 게 상책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해 좋은 일을 하고도 마지막에 말을 잘못해 그동안 쌓았던 신뢰가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말을 잘해 없던 신뢰가 쌓이는 경우도 있다.

친구 한사람은 만나면 같이 음식점이나 술집으로 간다. 자주 가는 단골집이나 처음 가는 집 가리지 않고 들어서서 손님이 없으면 어김없이 큰 목소리로 “우째 이리 손님이 없노. 와 이렇소! 손님이 이리 없어가지고 우짜노.” 주인과 종업원은 하나같이 민망한 모습이다. 장사 집이란 크게 붐비는 집이 아니면 손님이 없을 시간도 있고 때로는 손님이 없는 날도 있다. 또 어떤 날은 손님이 붐비는 날도 있는 것이다. 나도 처음엔 예사로 듣다 나중에는 듣기 거북해 두세 번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친구는 걱정한다고 하는 말이 될지는 모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민망하기도 하고 그 말에 이중으로 속이 상한다. 주인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될 말이다. 반대로 가게로 들어서며 조금 부풀려서라도 기분 좋은 말을 하면 듣는 사람은 하나같이 표정이 밝다. 당연히 그런 손님은 반갑고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반대로 친구처럼 말을 한다면 있던 정도 떨어질 것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 그것은 달변도 아니고 달콤한 말도 아니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속에서 숙성돼 걸러져 나온 말이라면 잘 익은 술과 같이 언제라도 듣기 좋을 것이다. 그런데 친구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지금도 손님이 없어 설렁한 집에만 들어가면 “어, 와 이래 손님이 없노. 장사 안 할라카나.” 큰 목소리로 침을 튀기며 소리 지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집 문을 나설 때 종업원이나 주인들은 어김없이 친구에게는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그 모습이 나는 보이는데 친구는 왜 모를까. 말 그대로 실컷 좋은 일 하고 뺨을 맞는 격이다. 살다 보면 친구도 언젠가는 자신이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고 느낄 때가 있을지 모르지만. 좀 짓궂은 바람이 있다면 제발 친구도 장사를 할 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홍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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