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문화재 여행] 거창 거열산성
[경남 문화재 여행] 거창 거열산성
  • 이용구
  • 승인 2015.06.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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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 전쟁을 대비한 국난극복의 역사적 현장
 
복원된 거열성 아래로 거창군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거창군 시내에 진입하기 위해 88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시가지 뒤편으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자락이 보인다. 마치 앞뒤로 말안장과 같이 두 봉우리가 솟아 있는 산자락은 건흥산(乾興山·572m)이다. 건흥산 중턱에는 국난극복의 역사적 현장인 ‘거열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중종 때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건흥산은 군 북쪽 8리에 있으며 진산이다(乾興山在北八里鎭山)’라고 기록되어 있다. 건흥산은 예부터 거창 고을을 지키는 주산으로 고을의 번영과 평화를 기원하며 제사를 지냈던 곳이었다.

이곳 정상 주변에는 3리에 걸쳐 오래된 성이 축조(在邑八里石築三里)돼 있는데 이를 ‘거열산성’이라 부른다. 산 중턱에 뻗어 있는 현재 산성의 길이는 약 1.5㎞로 성벽 높이는 5~6m, 윗부분의 폭은 약 2.4m의 화강암으로 겹겹이 쌓아 올려져 있다. 성의 정상부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면 거창 관내의 주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열성은 2008년 발굴조사에 따르면 산성 내 서쪽 계곡에 대규모의 집수시설이 조성돼 있었다. 산성에서 수원의 확보는 평상시 거주와 전쟁 시 지구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현재 거열성 약수터의 물은 거열성 동쪽의 수원에다 파이프를 묻어 산 아래로 내려오게 한 것으로, 이처럼 풍부한 수원은 거열성을 천혜의 요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산성은 1974년 12월 28일 경상남도기념물 제22호 ‘거열성’으로 지정됐고, 1983년 11월 23일에는 거열산성군립공원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관리 및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

거열성은 거창군민과 전국의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휴식공간이자 건강단련의 장소로 이름나면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거열성에도 1352년 전인 663년의 백제부흥운동군과 신라군의 처절했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복원되기 전의 거열성 옛 사진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거열성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문헌기록인 ‘삼국사기’ 신라본기 문무왕 3년(663)조의 기록에 의하면 봄 2월에 흠순과 천존이 군사를 거느리고 백제의 거열성을 공취하여 7백여 급을 참수하였다(三年春二月欽純天存領兵攻取百濟居列城斬首七百餘級)고 한다.

백제는 660년 7월 13일 나당연합군에 의해 사비도성이 함락당했고, 19일에는 웅진성으로 탈출했던 의자왕이 항복했다. 그러나 조국을 되찾기 위한 백제부흥운동이 8월부터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이때 거열성은 백제부흥운동의 전초기지가 됐다. 기세를 떨치던 백제부흥운동은 663년에 접어들면서 세력이 표 나게 약화돼 갔다. 신라군은 지금의 경상남도 서부 방면으로 대규모 공세를 시도했다. 그 해 2월에 접어들면서 거열성(거창)과 거물성(남원) 그리고 사평성(구례)이 차례로 함락됐다는 역사 기록이 있다.



 
건흥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거열산성 전경
거열산성 항공사진
◇국가사적 승격 추진

‘삼국사기’에는 문무왕 13년인 673년 나당전쟁(羅唐戰爭)을 대비하기 위하여 신라의 거점지역 9곳에 산성을 쌓은 기록이 확인되는데, 여기에 나오는 거열주 만흥사산성(萬興寺山城)은 거열산성을 지칭한다고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거열산성은 외세에 대항한 국난 극복의 현장으로 그 역사적 중요성과 가치가 매우 큰 유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거열산성에서 실시한 수차례의 지표조사, 시굴조사, 발굴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거열산성은 고대 산성 축조기법이 확인되며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유물이 확인되고 있어 ‘삼국사기’의 문헌기록을 잘 뒷받침하고 있는 유적이다.

위와 같이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거열성은 거창군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거창군은 여러 문헌기록과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거열산성이 가지는 역사적 중요성과 가치가 매우 크다고 판단하고 국가사적으로 승격, 지정하기 위해 학술대회도 개최했다. 성곽과 문헌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학술대회에서는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사적지정을 위한 거열산성의 성격 규명과 역사적 중요성을 확보하고 국가사적 지정 추진에 나섰다. 거창군은 국가사적 지정 추진을 위해 오는 5일 경남도문화재위원회에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에 이어 문화재청 신청을 앞두고 있다.

거창군 관계자는 “거열산성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 거창지역의 고대지명인 거열주와 거열산성이 일맥상통해 지역 브랜드 가치창출에 크게 이바지하고, 거창군 고대사 재정립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용구기자
거열성을 답사하고 있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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