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메르스 사태 속에서
[여성칼럼] 메르스 사태 속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15.06.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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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일 년 전 그대로이다. 우왕좌왕, 허둥지둥, 뒷북치기, 비밀주의, 책임 떠넘기기, 조금 일하고 과대하게 홍보하기 등 우리나라 정부의 국가적인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지난해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 하긴 세월호를 통해 배우려고 했다면 그렇게 진상규명을 막으려 애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은 분노할 힘도 없어진 듯하다. 그저 매년 일어나는 안전에 관련한 사고와 사태로 인한 극한의 불안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애쓸 뿐이다.

메르스가 처음 퍼져나가게 된 상황을 살펴보면 국가의 대응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대통령부터 질병관리본부의 직원에 이르기까지 감염병에 대한 안이한 생각, 대처부실 등 현재 정부관료들의 민낯을 작년에 이어 그대로 보여주었다. 확진환자 발생 후 14일 만에 회의에 나온 대통령은 확진환자 숫자조차 틀리게 말해 국민의 질타를 받았고,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처음 발생한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했다.

정부와 관료들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에 위험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렇게 느긋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국민의 생명보호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심지어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하게 된다. 첫 번째 확진 환자 발생 후 3주가 지나서야 국무총리 대행이 나와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을 발표했는데, 그 자리에서도 각 병원이 감수하게 될 불이익에 대한 정부 관료의 배려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경제적인 논리를 앞세우는 태도이다. 이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국민안전에 대해서는 국민 각자가 알아서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근본문제를 따져보면 국민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감염병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비록 적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감염병상과 감염병동을 구비한 공공병원을 마련하고, 그를 유지하면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전염병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면 지금처럼 허둥지둥하거나 뒷북치는 대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국민보건과 안전문제는 경제적인 논리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의 보건의료정책은 지나치게 경제적인 논리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것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진주의료원 폐쇄사건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사실 가장 조마조마한 것은 진주 등의 서부경남 지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 어떡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음압 병실을 갖춘 국가지정 격리 병상을 마련하고 있었던 진주의료원을 경제적인 잣대를 들이대어 폐쇄해 버린 경상남도에서 환자가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경상남도 도민으로서, 진주시민으로서 우리의 불안과 걱정은 깊어만 간다.

 
강문순 (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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