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트라우마'
'메르스 트라우마'
  • 이은수
  • 승인 2015.06.16 13: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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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수기자
이은수기자
“지난 15일을 이제는 잊고 싶습니다.” 도내에 거주하는 40대 가장은 악몽같은 보름 생각에 치를 떨었다. 그는 2주 넘게 집안에 갇혀 있었다. 바깥과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서울에 다녀온 후부터다. 서울의 한 병원에 어머니 병문안을 갔다가 메르스 얘기를 들었다. 가족들은 처음에 메르스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어머니가 몇차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초기의 어정쩡한 대응속에 결국 메르스에 감염됐고, 중환자실을 전전했다.

5남매는 메르스도 모른 채 병원에서 어머니를 간병했다. 메르스 전파 후 가족들이 겪는 피해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집에 내려와서는 자가격리자가 됐다. 다니는 교회에서는 찬양단 지휘자가 보이지 않자, “어떻게 된 일이냐”고 안부를 물었지만, 오해를 살까봐 말을 아꼈다.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갖혀 있는 것은 감옥생활이나 마찬가지다. 6살 아들은 “답답해 죽겠다. 바깥에 나가자”며 계속 졸랐다. 특히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를 끼고 있는 어머니를 생각할 때면 속이 타들어 가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최근 들어 끝내 하늘나라로 가셨다. 사인은 메르스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가장은 급히 서울로 상경했다. 어머니의 사망소식은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았다. 가족들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장례를 집도할 사람도 없어 상주인 그가 목사님이 된 심정으로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보건당국의 입회하에 시신은 화장을 하고 장례는 하루 만에 끝났다.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족들은 자가격리 생활을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메르스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메르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메르스로 인해 고통받는 이웃의 마음을 헤아려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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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솔 2015-06-16 22:56:19
힘내세요 글고 어머님도 좋은되가셧을꺼에요. 그리고 집에서 갇혀있으셧다니 엄청힘드셧을꺼같아요 ㅠㅠ
그래도 자가격리생활을 끝내셧다니 다행이네요^^ 장례식도하루밖에못하시고 되게 속상하셧겟어요 꼭 힘내시구 메르스트라우마극복하세요 그리고 6살이면 밖에서 뒤어놀 시기인데 집에서만 갇혀있었다니 저라도 답답 햇을거같네요 가족분들이라도 더이상 메르스에걸리지마시고 메르스조심 하세요 저도 어머님을위해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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