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9개월 '희망과 불안의 공존'
슈틸리케호 9개월 '희망과 불안의 공존'
  • 연합뉴스
  • 승인 2015.06.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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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얼굴 찾기 ‘희망’…정교함·창의력 부족 ‘불안’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출범해 9개월째 항해에 접어든 슈틸리케호의 키워드는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는 ‘희망’과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골 결정력의 ‘불안’으로 압축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미얀마(국제축구연맹 랭킹 143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G조 첫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결과로는 승리였지만 내용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조차 “패스 실수가 잦고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경기”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한국은 미얀마의 밀집수비를 제대로 뚫지 못하며 수많은 득점 기회를 날렸다.

이미 미얀마의 밀집수비가 예견된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촘촘한 수비벽을 뚫기 위한 전술을 마련했지만 패스의 세밀함이 떨어지고 미드필더들의 창의적인 패스 공급이 원활치 않으면서 세트피스 상황에서만 2골을 뽑아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 때문에 오는 8월 이어지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를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발굴한 새 얼굴을 바탕으로 대표팀 전술의 정교함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 이정협·이용재·이재성…새 얼굴 전성시대 =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가장 남다른 대표팀에 불어온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새 얼굴의 대거 등장이다. 무엇보다 ‘이름값’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게 팬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2부리그 소속 공격수인 이정협(상주)과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를 뽑은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을 지난 1월 아시안컵 멤버로 발탁하면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정협은 올해 아시안컵 직전에 치러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동안 A매치 데뷔골까지 터트렸다. 아시안컵 무대에서는 2골을 기록하는 등 슈틸리케 감독의 ‘숨은 옥석 찾기’ 시도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동남아 2연전에는 이용재를 발탁했고, 이용재는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에서 ‘24살 동갑내기’ 이정협과 마찬가지로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꽂는 기쁨을 맛봤다.

더불어 ‘멀티 플레이어’ 이재성(전북)도 슈틸리케 감독의 ‘옥석 찾기 시리즈’에 딱 어울리는 선수다.

이재성도 이정협, 이용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훈을 통해 테스트 무대에 올랐다.

아쉽게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곧바로 이어진 뉴질랜드 평가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을 맛보며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재성은 미얀마와의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헤딩으로 결승골을 뽑아내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 약체에 작아지는 태극전사…해법을 찾아라 = 한국 축구는 유달리 약팀을 상대로 헛심을 쓰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2003년 10월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오만에 당한 1-3 패배를 당해 ‘오만 쇼크’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던 한국 축구는 2004년 3월 치러진 몰디브와의 2006년 독일 월드컵 2차 예선 2차전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기는 창피를 당했다. 축구 팬들에게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한국 축구의 슬픈 역사로 남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이런 징크스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바로 슈틸리케호가 보여준 ‘불안’ 요소다.

한국 축구가 약팀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말 그대로 ‘실력’ 때문이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낼 정교함과 창의력이 부족해서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미얀마에 2-0 진땀승을 거두고 나서 태극전사들의 정교함과 창의력 부족을 꼬집었다.

그나마 슈틸리케호에서 변화된 모습이라면 세트피스의 진화다. 밀집수비를 뚫기 어려울 때 가장 손쉬은 방법은 상대의 반칙을 유도한 뒤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하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점에 착안해 미얀마전에 앞서 세트피스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코너킥 상황에서도 4가지 옵션을 가동해 상대 수비 위치에 따라 변화를 줬고, 프리킥 상황에서도 골문까지 거리에 따라 다양한 작전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슈틸리케호는 출항 이후 15경기를 치르면서 11승1무3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대부분 FIFA 랭킹이 낮은 팀들이었다.

우리보다 수준이 높다고 평가되는 코스타리카(1-3패), 호주(1-0승, 1-2패), 이란(0-1패) 등에는 우세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더군다나 아직 유럽팀과는 맞붙지 않았다. 지금까지 성적표는 나쁘지 않지만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걱정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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