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를 찾아서] 진주 중앙시장 송강식당
[노포를 찾아서] 진주 중앙시장 송강식당
  • 강민중
  • 승인 2015.06.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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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어 아들이 끓여내는 '시원하고 맵싸한 맛'
“이 가게가 언제 생겼지.”, “그 가게는 언제 없어졌지.” 요즘들어 길을 걷다 자주드는 생각이다.

“분명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이따금씩 들렀던 단골집 위치를 찾아 헤메다 뒤늦게 폐업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한 곳에서 장사해서 3년 버티면 성공”이라는 상인들의 말이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인기가 있으면 문어발처럼 확산되는 프랜차이즈가 낳은 부작용이다.

이처럼 하루에 수십개씩 또는 수백개씩 생겨나는 프랜차이즈 상점의 홍수 속에 하나의 업종으로 수십년간 또는 대를 물린 노포가 있다.

노포는 말그대로 대를 이어 내려오는 오래된(늙은) 점포다. 이곳이야 말로 우리의 삶이요, 역사다.

또 지역민들에게는 추억속 조각으로, 지역경제로 봐서는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옛 고(古)가 아닌 사람인 듯 노(老)포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흔치 않기에 더더욱 귀한 노포. 특히 올해로 106주년을 맞이한 본보는 노포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다. 따라서 지역의 정서와 풍미가 오롯이 담긴 노포를 통해 동세대에게는 추억을, 미래세대에는 희망과 가능성을 전하고 싶다.<편집자주>



 
노포를 찾아서, 진주 중앙시장 송강식당




◇생선내장탕 31년…송강식당=수십년간 줄 곳 이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찾아 헤멜 필요도 없었다. 어릴적 자장면과 탕수육이 먹고 싶다는 고집에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처음 이곳을 찾았다. 그때는 너무 매운 탓에 맛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날 저녁 거나하게 마신 술때문에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면 머리보다 다리가 먼저 이곳을 찾는다.

진주중앙유등시장내 ‘생선알 내장탕’으로 유명한 송강식당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그럴싸한 광고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알고 또 무언가에 이끌리듯 손님들이 들락날락 한다.

장아찌 등 수십년을 묵힌 맛은 없다. 하지만 싱싱한 생선알과 내장의 시원함에 수십년간 손님의 발길로 문지방이 닳을대로 닳았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시작하지만 항상 마지막에는 그릇이 손에 들려져 있다. 마지막 남은 국물 한방울까지 넘긴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맵삭한 맛이 시원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송강식당은 정확하게 31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켰다. 1대 조구영(74) 사장에 이어 아들인 조재경(39)사장이 제2대 주방장을 맡고 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대물림=아들 조재경 사장은 “초등학교때부터 였어요. 그 당시에는 화이트칼라에 대한 이상이 있어 아버지가 식당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아버지의 부름에 한걸음에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왔죠.”

가업을 이은 조재경 사장은 다국적제약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8년전 식당일을 맡았다. 처음에는 잔심부름부터 시작해 국자를 잡은 것은 정확히 6년 전 부터다.

조 사장은 30년 이상 이어온 송강식당의 장수비결에 대해 단연 아버지의 손맛을 꼽았다.

아버지 조구영씨는 한때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제의가 들어왔을 정도로 진주에서 내로라하는 일식의 대가로 통했다고 한다.

이러한 아버지의 손맛을 한 층 더 맛나게 하는 것은 ‘생선알 내장탕’에 들어가는 신선한 장어내장. 이 장어내장이 지금의 맛을 이뤄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귀한 장어내장은 장어를 깨끗이 손질해 살고기만 일본으로 전량 수출하는 사천 소재 수산회사에서 남은 내장 전량을 받아 쓴다.

여기에 대구알 대구고니, 명내알 명태고니, 아구대창, 아구에 등이 함께 들어간다.

어쩌다 물메기알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 맛을 기억해 그시기에만 오는 단골손님이 있을 정도다.



 
노포를 찾아서, 진주 중앙시장 송강식당


◇식당이 아니라 주민들의 소통 공간=아들 조재경 사장은 아버지가 일궈놓은 30년 전통의 송강식당이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지역민들의 ‘소통’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 “아버지 세대가 먹고살기 위해 일을 했다면 이제는 지역민들로 부터 받은 사랑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돌려드리려고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의 한 조각이 송강식당내 다락을 이용한 ‘다락의 날’ 운영이다. 현재까지 14차례 운영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각 분야의 불특정 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이다.

거창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외에도 조재경 사장은 ‘행복알탕’을 배달하고 있다. 웹상에서 사연을 받아 한달에 두 세번 사연을 받고 사연의 주인공에게 직접 알탕을 끊여 배달하고 있다. 이 알탕에 진심을 담아내고, 배달과 동시에 사연을 읽어주며 보낸이의 마음을 전한다. 벌써 행복알탕은 창원, 거창, 거제, 함양 등 도내 곳곳에 사랑을 전했다.

조재경 사장이 꿈꾸는 미래는 ‘가족이 넘쳐나는 송강식당’이다.

“주변에서 알탕이나 열심히 끓이라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제 꿈입니다. 이 작업을 위해 지금의 좁은 공간에서 조금은 넓은 공간으로 확장해 가족단위의 손님을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의 먹거리와 놀거리, 볼거리도 갖추구요. 손님들이 가족함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송강식당을 만드는게 꿈이죠.”

강민중기자 jung@gnnews.co.kr



 
노포를 찾아서, 진주 중앙시장 송강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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