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문화재 여행] 김해 은하사
[경남 문화재 여행] 김해 은하사
  • 박준언
  • 승인 2015.06.23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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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찰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절
 
은하사 대웅전(大雄殿). 경남도 문화재 238호로 지정돼 있다.
김해시 삼방동 신어산(神魚山) 중턱에는 김해를 수호하고 있는 듯한 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

뒤로는 신선이 산다는 신어산을 병풍으로 삼고 앞으로는 기름진 김해평야를 마당으로 두고 있다.

바로 은하사(銀河寺)다.

구전(口傳)에 의하면 은하사는 우리나라 사찰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절이다.

구야국(狗耶國)국을 창건한 김수로왕(首露王=재위 42∼199)의 부인 허왕옥이 김해로 시집오면서 함께 온 그의 오빠 장유화상(長遊和尙)이 세운 절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당시 이름은 서림사(西林寺)였다.

전하는 설에 따르면 신어산 서쪽에 인도불교가 들어온 것을 기념해 이 절을 지었으며, 동쪽에 동림사(東林寺)를 지어 구야국의 번영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창건 연대가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기 전인 서기 1세기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각종 기록과 출토된 유물로 미루어 볼 때 상당한 역사를 가진 사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어산의 별칭이 소금강산인 까닭에 소금강사(小金剛寺)라고도 불리웠다고 한다.

은하사 건물은 우리나라 불교가 수난을 당했던 1592년(선조25년) 임진왜란 때 전소됐으나, 1629년(인조7년)에 대웅전(大雄殿)을 중수한 후 1649년(효종1년)과 1801년(순조1년) 두 차례에 걸쳐 보수가 이루어졌다.

 
은하사 종각에 있는 목어(木魚)
지금의 건물은 조선 후기 양식이다. 지난 1989년 3월 신어산에 산불이 났을 때도 이 절만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웅전 과 화운루· 설선당· 명부전· 응진전· 요사채 2동과 객사· 산신각· 종각 등이 있다. 이 중 대웅전은 조선 중기 이후에 세워진 전각으로 1983년 7월 20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38호로 지정됐다.

다포계(多包系) 양식인 대웅전은 맞배지붕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에 공포는 내외삼출목(內外三出目)으로 건립됐다.

전면을 어칸, 협칸의 간격을 같게 해 각 칸마다 삼분합의 문을 달고 정면과 배면 모두 빗살 청판분합문으로 단장했다.

외부 쇠서의 욋몸에는 연꽃을 초각(草刻)하고, 내외 살미 위로는 생김새가 독특한 용두(龍頭)와 봉두(鳳頭)를 새겨 화려하게 장식했다.

대웅전 내부는 불상 위에 9개의 보개(寶蓋)를 설치하고 중앙에는 우물천장을 가설해 단청과 벽화가 잘 보존돼 있다.

 
은하사 대웅전 내부 벽화. 특이하게 몸은 물고기 머리는 용 문양을 하고 있다.
주불로는 석가모니불이 아닌 목조관세음보살을 본존으로 석가모니후불탱과 신중탱이 봉안돼 있다. 목조관세음보살은 17세기 불상양식을 띠고 있어 대웅전 중건과 함께 봉안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전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벽면에는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402호로 지정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주제는 삼세불, 아미타내영보살상, 신장상, 나한상, 도인상, 모란, 운룡도 등으로 총 32점이다.

전각 내 좌우측 중심벽화인 삼불회도와 아미타내영도는 기법상 다른 벽화들보다 시기가 다소 앞선 조선후기 18세기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세불 벽화는 대웅전 본존을 중심으로 좌측 벽면에 녹청안료를 전체적으로 펴 바르고 가운데 석가여래 입상을 중심으로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를 좌우에 배치했다. 육신부는 백색으로 육신선은 주색선으로 묘사했다.

 
은하사 대웅전 내 벽화. 경남도 문화재 402호로 지정돼 있다.
수미단에는 허왕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도 추정되는 쌍어(雙漁) 문양이 있다. 쌍어문양은 허왕옥의 고향인 인도 아유타 왕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은하사가 위치한 신어산(神魚山) 이름도 ‘신의 물고기’라는 뜻이다. 신어산을 배경으로 절까지 이르는 진입로의 소나무 숲이특히 아름다우며,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전국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영화 ‘달마야 놀자’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법당 뒤편에는 연대를 알 수 없는 비(碑) 하나가 세워져 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小有相 皆是虛妄 若見 諸相非常 卽見如來) ‘금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원문대로 해석하면 ‘형상있는 모든 것은 다 영원불멸하거나 실질적인 존재가 아니고 결국은 안개처럼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 만물이 영원한 존재가 아니고 일시적인 것일 뿐, 참 존재가 아닌 것을 깨달아 모든 집착을 끊어버리면, 누구나 부처의 지혜·광명을 얻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종교를 떠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만 한 글귀다.

박준언기자

 
은하사 대웅전(大雄殿). 경남도 문화재 238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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