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또다시, 이것이 국가입니까?
[경일시론] 또다시, 이것이 국가입니까?
  • 경남일보
  • 승인 2015.06.25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이것이 국가입니까?’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의 무능을 한탄하면서 국민들이 외친 처절한 목소리다. 정확히 1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또다시 외치고 있다. ‘이것이 국가입니까? 국가개조 약속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위기 대처능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 놓쳤다는 점과 컨트롤타워의 부재, 시스템 미작동, 안전 불감증 등도 그 모습 그대로다. 경제적 손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외국관광객의 방문이 뚝 끊어질 정도로 국가 이미지가 훼손됐다. 추경을 편성해 세금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낙타와 접촉을 피하라,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나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를 먹지 마라’는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초기 메르스 예방책은 한마디로 엉뚱스럽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 있는 47마리 낙타 중에서 호주에서 수입한 낙타를 제외하면 모두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토종 한국산이다. 특히 낙타유와 낙타고기는 축산물로 지정되지 않아 수입과 유통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 낙타를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나라가 메르스 발생 2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정부의 무능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항상 엄청난 희생을 겪고 난 뒤에 ‘사후약방문격’으로 대책을 세웠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진 뒤 구조물 진단에 관심을 가졌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야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춘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메르스 공포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기 전까지 정부는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였다. 첫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뒤 열흘 동안 방치했다. 환자와 접촉한 한 남성은 중국으로 출장을 가도록 방치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감염 병원 공개는 늑장 피우다 결국 화만 키웠다.

특히 메르스 사태를 키운 것은 정부의 부정확한 예측과 발표에 있다. ‘환자와 1m이내 거리에서 1시간 이상 머물렀을 때만 전염 위험이 있다’, ‘1차, 2차, 3차로 갈수록 감염력이 떨어진다’, ‘3차 감염은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병원을 폐쇄시킬 정도로 강한 전염성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정부는 이처럼 희망의 메시지만 던졌다. 그러나 불과 며칠만에 정부에서 가능성이 없다고 한 말은 거의 다 일어났다. 모 언론인의 말처럼 ‘움직이지 말고 선실서 가만히 기다리라’는 세월호 선장의 선내 방송 수준으로 정부의 신용을 떨어뜨렸다.

14세기 유행했던 흑사병에서부터 최근의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에볼라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전염병과의 전쟁을 치러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병이나 역질에 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도 1000여건 이상 나온다. 세종 4년에도 ‘서울과 지방에 큰 역질이 있어 죽은 사람이 매우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

급속한 산업화, 부문별한 자원개발, 탐욕적인 생활은 인간에게 부메랑이 돼 새로운 전염병을 끊임없이 전파시키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변종해 나타나는 바이러스는 과거보다 미래를 더 공포스럽게 만든다. 따라서 꼼꼼하고 촘촘한 대응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