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연안사고 예방법 이대로 좋은가
[현장칼럼] 연안사고 예방법 이대로 좋은가
  • 김순철
  • 승인 2015.06.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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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철 (창원총국 취재부장)
김순철기자
법적 안정성은 법의 존재를 위한 가장 기본적 조건이며, 기존의 법질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법질서를 형성할 것인가 하는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종전의 질서를 깨뜨리고 정의에 합당한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는 데 따르는 희생과 비용, 그로부터 얻어지는 대가와 기대 이익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에 법은 졸속입법이거나 탁상행정으로 제정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이하 연안사고예방법)이 졸속으로 제정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안사고 예방법은 지난 2013년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학생 5명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입안된 뒤 한동안 국회에 계류돼 있다가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자 그 해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제정된 이 법은 당초 올해 초부터 시행키로 했으나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시행시기를 몇 차례 연기해오다가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선착장·무인도 등에서 추락, 고립되는 사고와 연안체험활동 중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려는 게 취지다. 이 법 시행에 따라 스쿠버 다이빙 업계는 체험 활동 14일 전 지자체에 신고서 제출해야 하고, 참가자 5명당 1명의 안전관리요원 배치, 동일한 승선 인원을 구조할 비상구조선 대기, 배상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스쿠버 다이빙 업계는 현실을 외면한 스쿠버 다이빙 관련 조항을 완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스쿠버 다이빙 업계는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서명운동과 공청회, 해경 항의 방문 등 조직적 대응에 나섰다. 이를 위해 스쿠버다이빙 산업의 전국적인 대표 기구인 가칭 ‘한국 스쿠버 다이빙 대표자 모임’을 만들고 연안사고 예방법의 시행을 저지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도내에서도 경남수중레저연합회를 결성하고 이 법 철폐 운동에 동참했다.

관련 업계의 맹렬한 저항을 초래하자,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는 시행령 및 규칙에서 일부 조항을 수정하고, 오는 10월까지 단속을 유예키로 했다. 해경은 또 14일 이전 신고서 제출 의무는 당일로 변경하고, 보험 또한 정비하겠다고 스쿠버 업계 달래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체험활동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경은 참가자들의 개인 보험도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사업자가 참가자들의 보험가입을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참가자가 보험에 들지 않았다고 운영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법이란 현실에 맞고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 시행해야지, 합리성과 합목적성을 잃은 법이라면 몇 번이라도 고쳐 시행해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해경은 이치에도 맞지 않아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스쿠버 다이빙 업계의 반발을 잠재우고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정이 마땅하다. 해경과 정부 당국은 연안사고 예방법 상 과도한 규제가 없는지, 이대로 시행해도 좋은지 다시 한번 세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순철 (창원총국 취재부장) 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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